한국 승강기 산업의 현주소, 건실한 보수전문업 육성 시급

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 이하영 고문

1980년대 이후 아시아 올림픽과 88올림픽을 끝내고도 1995년대까지는 국내 건설경기가 부동산 붐으로 피크였다. 자연히 그에 따른 승강기 수요도 급증했다. 정상 작업만으로는 공급이 그 수요를 따를 수 없어 신영전기, 금성산전, 동앙, 현대엘리베이터의 전 생산라인이 풀가동하며 밤낮으로 일하던 때였다. 대형 승강기 4개사의 수주경쟁도 물론 치열했다.
그런데 이런 호경기에도 수주가격은 거의 원가에 가까운, 때로는 약간의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저가 납품을 4개사가 공히 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비록 제조와 설치 작업에서는 약간의 결손이 있더라도 15년 이상의 운행기간 중에 있어지는 월간 유지관리 및 보수작업에서 그 손실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사 모두 자사제품의 보급대수 증가를 위해 서슴치 않고 저가 경쟁을 했던 것이다. 이는 승강기 산업에 있어 운행 후 유지, 관리, 절검 보수과정의 이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이익창출의 구조적 연속성을 말하고 있다.
2004년 현재 국내 승강기 대수는 약 30만대를 상회함으로서 신규 승강기 대수 확보 경쟁에서 보수 점검 대수의 확보 경쟁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6백여의 보수전문업사가 등록되어 보수대수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약 70만대의 승강기에 약 3백여 사의 보수전문업사(일본은 이를 ‘독립계 승강기회사’라 칭함)가 있을 뿐인데 우리는 그 절반의 대수에 2배가 넘는 보수전문업체가 있다.
물론 난립의 원인은 승강기 보수전문업 등록의 허점에 있다. 불경기로 인한 대형 승강기사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자들이 삼삼오오 보수 전문업체를 실립함으로써 각처에 영세한 회사가 난립한 것이다. 이러한 보수 전문업사의 난립은 결과적으로 월간 보수 점검비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 때문에 때로는 공신력 저하에 따른 사용 주체의 불만, 안전성 유지 문제 등을 파생시키고 있음도 사실이다.
기술력에 있어서는 이미 오랜 기간 승강기업에 종사한 인력이어서 구 기종에 대해서는 오히려 대형사들의 점검 보수인력보다 우위였지만 신 기종 출시에 따른 신기술 숙지에 필요한 고육의 기회가 별로 없고 부품 조달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수 전문업사는 더욱 구 기종 대수 확보에 주력하게 됐다. 따라서 점점 교체되는 한정된 대수의 구 기종 집중은 자연히 이러한 문제를 야기시킨 것이다.
승강기 보수 전문업체도 더이상 영세해져서는 안됨을 모두가 자인하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건실한 전문업체로 변화하는가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될대로 되라는 식의 경영에 얽매여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따라서 지금은 내실있는 기술력 향상, 경영의 합리화, 사업자 상호 간의 과감한 M&A 등 먼저 승강기인들부터 자성해 시급히 건실한 보수 전문업체로 거듭나도록 힘쓰며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