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주거관리정책 실현수단!
신축·재건축 대체성…지속성·환경친화성 높아

■기고·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김도년 교수

우리는 지난 반세기동안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이 최대의 목표였고 건축 및 주택부문 역시 지속적인 개발과 공급을 위한 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책과 법제도 또한 이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과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제는 빈 땅을 찾기 어려운 도시화 종결 국면에 접어들어 정비·관리가 주요 도시건축정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리모델링은 도시관리를 위한 정책의 대표적 제도라 할 수 있지만 개발과 신축정책, 제도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와같은 관리지향적 제도는 낯설게 다가온다. 그러나 리모델링이 실천적인 물리적 환경 개선수단으로 시급히 활용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프랑스가 겪고 있는 막대한 사회비용 지불을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2차대전 후 주택의 양적 공급확대를 목적으로 경제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아파트를 건설해 온 프랑스 정부는 아파트 관리의 기회를 놓쳐 주거환경 슬럼화가 급격히 진행, 정부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지만 매년 1만5천호의 아파트를 철거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내고 있다.
리모델링에 앞서 재개발 및 재건축의 방법이 있지만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환경, 경관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의식 변화, 기반시설과 연동하는 개발밀도관리제도 등 정책변화는 궁극적으로 용적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렇다면 용적률 250% 이상의 주거단지 특히 400%에 육박하는 과밀아파트의 주거환경 관리, 입지조건이 좋지않은 소평형의 고밀 임대 아파트 관리, 최근 재건축된 아파트의 20년 후 관리방안 등 현재 재개발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아파트 단지 관리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양질의 정주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 또한 시급히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공동주택 건축여건의 변화
1960년대부터 토지구획정리사업 등 시가지 개발수단을 통해 주로 한강 이남으로 시가지의 평면적 확산이 이루어졌으나 1970년대에 이르러 60년대의 평면확산형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되면서 시역 확대보다는 시 경계내부에서 토지구획정리사업과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시가화가 이루어졌다.
1980년대 이후에는 주택건설 5백만호 정책과 함께 서울의 마지막 미개발지였던 고덕, 중계·상계, 목동지구 등이 시가화되면서 개발 가능한 토지가 급격히 줄어들어 가용토지자원은 거의 고갈됨으로써 1990년 이후로는 시가화의 종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1994년 기준으로 서울 시가화 가능면적의 97%는 개발완료되어 미개발지는 13㎢에 불과하며 개발이 용이한 가용 나대지 등 토지자원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정점으로 건축허가건수도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그림 1] 참조). 일부 다세대·다가구 주택 건립이 건축허가물량 증가요인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과 경기 추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94년 신축건물 동수는 1만5천1백14동으로 전체허가비율의 93.8%에 달했지만 1999년에는 2천9백74동으로 줄어들어 1994년 신축시장의 19.7%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신규 건축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시가지화에 따른 가용토지자원 고갈과 경기침체로 인해 신축행위가 감소하면서 기성 시가지 내 개보수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개보수 비율을 살펴보면 1990년 3%에서 1999년 32%로 건축시장에서의 개보수 비중이 1997년을 기점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중구 종로 강남 서초 등 기성 시가지에서는 1990년대 이후 상업용 건물을 중심으로 개보수 비율이 40%로 증가했다([표 1] 참조).

사회 정책적 대응 및 변화
■ 도시관리정책의 변화 : 그동안 양적 공급위주의 대규모 개발정책은 환경성 확보 및 주거환경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정책으로 방향이 전환되면서 최소 주거기준 등 정량적 지표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공급된 주택의 질을 평가해 기준 이하의 주택지원 및 관리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일반 주거지역 세분화를 통한 개발밀도관리·친환경지침을 통한 상암 주거단지 조성, 지구단위계획 수립시 환경성 검토 의무화 등의 시책을 통해 도시개발 패러다임의 변화를 정책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도시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이나 양적 주택공급 논리에 의한 무분별한 고밀개발 등의 재개발 및 재건축으로 도시관리차원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음을 고려, 또한 소형평형 의무 비율제 시행, 일반주거지역 세분화 등 공동주택 관련 건축기준을 강화하고 환경친화 실현을 위한 도시관리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도입해 안전진단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으며 지난 2001년 3월부터는 환경성 검토를 시행해 공동주거의 지구단위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 재건축 사업의 한계 : 재건축 사업은 1987년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에 의해 재건축조합 결성을 통한 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가 신설되었고 이후 1993년 노후 아파트 재건축 허용기준이 완화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개발사업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간의 재건축은 일반주거지역 노후 공동주택의 제도적 물리적 환경개선수단이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세대수 2.26배, 용적률 2.4배, 주택규모 1.6배 이상 증가하는 등 규모확대를 통한 경제적 이윤추구가 주요목적이 되어온 것이 사실.
이처럼 개발이익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세대수 증가로 도시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인 경우 재건축에 따른 유입인구 증가로 지역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자료와 비교해보면 아파트 재건축을 통한 세대수는 1.8배 증가에서 2001년 1.6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아파트를 아파트로 재건축할 경우 관련법 강화에 따라 세대수 증가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그림 2] 참조).
재건축은 조합인가 및 사업승인수를 기준으로 2001년에 대폭 감소했는데, 이는 관련규제 강화로 사업성이 저하되고 다년간의 재건축 추진 경험을 통해 추가 공사비 부담,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 기존 주민의 재정착률 하락, 고민 개발에 따른 거주환경 악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사업 추진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 최소주거면적 확대와 건축폐기물 발생에 따른 건축여건 변화 : 건교부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 주거부문 기조는 일차적으로 안정적인 주택공급과 더불어 소외계층의 주거 정의 실현, 재고주택의 효율적 보전 관리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최저주거기준 도입은 주택 보급률이 크게 제고돼 그 정책적 의미는 이미 퇴색됐지만 주택 보급률 100%를 달성하더라도 일정수준 이하의 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 계층 주거문제에 대응하고 복지국가형 주택정책 체제로의 전환 계기를 마련하고 실천하기 위한 전략지침으로 마련됐다. 건교부에서는 면적, 시설, 구조 성능 환경기준으로 분류해 최저주거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는 2011년까지 주택 보급률을 85.2%까지 향상시키고 주거의 질적 향상을 위해 최저주거수준 이하의 가구를 5% 이내로 줄인다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현재 1인당 주거면적이 5평을 상회하는 수준이나 2020년에는 8.5~10평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를 기준으로 1가구를 평균 2.6인으로 잡았을때 1가구당 주거 평균면적은 26평 정도로 주거환경 개선과 면적확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우리는 1인당 건설폐기물이 0.7톤으로 영국의 3.5배, 미국, 프랑스, 독일의 2배 수준으로,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3] 참조).
개발면적 비율이 국토면적의 12%로 미국의 19%보다 낮지만 건설부산물량은 오히려 높은데 이는 개발 가능한 면적의 한계로 건설부산물이 타국에 비해 많이 배출될 수 밖에 없어 건축폐기물 감소 및 처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건축폐기물 증가와 매립지 부족 등 에너지 자원 관리 및 환경적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 건축폐기물 저감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고 폐기물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다. 건축법 59조 ‘건축무르이 에너지 이용 및 폐자재 활용’에서는 건물의 용도와 규모에 따른 에너지 관리 및 건축폐자재의 활용기준을 제시해 이에 적합할 경우 조경면적, 용적률, 높이를 완화해 적용토록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친화형 공동주택 조성을 위한 기본방향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주택 수명 장수화와 친환경적 지속가능한 주거단지 조성, 공공성을 전제로 한 건축기준의 선별적 완화 등을 적용하고 유도해 나가야 한다. 주거평면의 교체, 홈 오토메이션 등의 인텔리전트화 등 변화하는 미래의 새로운 물리적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공동주택 건립을 위한 적정한 구조의 하나로 검증된 철골 구조물을 도입해 공동주택의 수명 장수화를 도모하고, 커뮤니티 의식 강화에 따른 공동체 시설 확충, 소득수준 향상·가족 구성의 변화 등에 따른 평면 변경, 주차공간 확충 등 변화하는 사회적 수요를 지속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주거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주택의 성능향상, 시대적 수요에 대응하는 건축적 시도를 통해 주택수명과 기능을 연장하는 관련행위 및 기성 시가지의 도시기능, 활동 등과 조화 가능한 도시주거환경 개선 행위를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
임대주택이나 소형세대의 경우는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로 건설하고 대형세대는 면적확대 수요보다는 공간수요 변화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므로 가변적 구조변경이 가능하도록 세대분할이나 병합을 고려한 설계를 권장, 미래 공간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변성을 확보하면 된다. 소형임대 아파트는 현재와 같이 벽식구조로 건설하면 최소주거면적 확대가 불가능해 향후 대체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철골이나 RC 라멘구조를 적극 도입해 주택수명 장수화를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구조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지구단위계획 등으로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 또한 함께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지구차원의 교통문제를 유발하는 단지 ▶주변 주거지역과 격리된 단지 ▶공공 공간의 부족한 주변지역 등 오픈 스페이스 공유가 필요한 지역 안의 단지 ▶증축에 따른 주변 주거지역 일조권 등 생활환경 훼손 우려가 있는 단지의 경우에는 지구단위계획의 적용 등을 의무화해 지구차원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공동주택 부위별 내구연한이나 교체 및 수선주기 등을 마련하고 이를 장기수선계획 내용에 포함하는 등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통해 유지관리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하고 교체수선시에는 건물의 주요 구성부위에 고효율, 고강도 자재를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현 시대적 가치는 리모델링!
이제 나이의 많고 적음이 건강의 척도를 가늠하던 시대는 지났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현 시대의 가치로 따져본다면 장수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한 사회적 적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은 측면에서 노후와 불량을 연계하는 인식과 법제도적 사항도 이제는 구분지어져야 할 것이다. 또 공공재로써 주택인식이 점차 강조되는 시점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재개발을 용인하는 문제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현재의 법제도는 개발과 정비, 관리 등 시대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성이 확보되고 실현가능하도록 적용성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부처가 관련있는 주거관리에 대해 중앙정부가 일관적인 정책과 적극적 지원을 하고 지자체별로 도시적 특성과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적 특성, 다양한 단지적 특성을 반영하는 신축적인 지침을 만들어, 민간개발에서 실현할 수 있는 예측가능하고 적용성 높은 제도와 건축기준을 시급히 수렵해야 할 것이다.
자기 집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는 진단결과가 나오면 기뻐하고 20년 만에 구조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도록 부설시공하는 회사가 좋은 건설회사라는 아이러니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다. 이웃 일본이 주거 장수화를 목적으로 100년 주택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 또 국제경쟁력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 다른 어느 나라가 우리 현상을 이해하고 건설수주늘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리모델링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제 리모델리이 보편적 주거환경 개선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각자 맡겨진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나부터 리모델링이 지향하는 시대적 가치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며 국가와 지자체는 아파트 및 주거관리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실현방안을 마련해 공익에 기여하는 건설사업으로 온 국민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제도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롭게 건설되는 아파트를 포함한 건축물은 반드시 미래의 생활환경 변화와 신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리모델링을 가능케 해 지속가능한 건축물, 장수할 수 있는 건축물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