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의 부상 - 현재와 미래

신산업 육성 등 내면성장 이행단계
중국산업 급부상, 한국산업 발전기회로 삼아야

■ 기고·삼성경제연구소 유진석 수석연구원 / yoojs@seri.org

최근 중국경제는 20여 에 걸친 개혁·방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개혁·개방 추진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1997년 이후 아시아 각국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의 위상은 크게 강화됐다.
지난해에도 신흥강대국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급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중국경제는 단연 선두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중국경제는 1997년(8.8%)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9.1%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1인당 GNP는 사상 최초로 1천 달러를 돌파했다. 1990년대 후반 이래 다른 국가들이 침체나 소폭 회복에 머물러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은 연 7~8%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한 것은 미국 및 일본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한국, 동남아 등 주변국들의 침체 속에서 중국만이 ‘나홀로 호황’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
중국은 세계 생산의 중심지로서 세계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원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 경제의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일본을 대신해 아시아 경제의 뉴리더로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의 대동아시아 수입이 증가하면서 동아시아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2002년 세계 제6위 수입국에서 지난해에는 일본, 영국, 프랑스를 제치고 3위로 부상해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을 제치고 최대 수입국이 됨으로써 아시아의 경제 리더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고도성장 이면에는 구조적 비효율 및 취약한 경쟁력, 국유기업 부실과 맞물린 금융위협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이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며, 성공달성 여부가 중국경제 회복과 장기성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중국경제 환경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2001년 WTO 가입에 따른 개방 가속화이다. 이후 중국은 WTO 이행계획에 따라 관세율 인하, 외국인 투자 허용 등 시장개방을 더욱 확대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해 외국기업의 첨단산업 분야 진출을 보조함 동시에 외국기업 또한 현지화 노력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폭스바겐은 1985년 자동차 생산을 시작할 당시 ‘생산은 폭스바겐, 유통은 현지 파트너’를 모토로 정했으나 1990년 후반에 판매망을 인수한 바 있고, GE는 상해에 6만4백만 달러를 투입, 세계 3번째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20여년에 걸친 개벽개방의 성과가 축적되면서 최근 중국 산업의 변화와 발전 속도는 눈부실 지경이다. 이미 섬유, 신발, 가전, 일반기계 등 전통 제조업 부문에서는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한국을 추월했으며 이제 산업구조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자원 동원에 의존한 ‘외연적 성장’에서 기술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내연적 성장’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
새로운 선도산업으로는 인프라 관련 설비산업, 첨단기술산업, 환경보호산업, 서비스산업 등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들 산업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에 대한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전개할 방침이다. 특히 후진타오 정부는 전자산업, 정보통신산업, S/W 산업 등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의 육성에 주력하면서 산업구조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첨단산업 비중이 빠르게 증대하면서 IT산업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싸고, 빠르고, 유연한’ 생산환경과 급성장하는 시장을 제공함으로써 첨단산업 분야에서 ‘투자는 투자를 부른다’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방대한 시장의 존재는 선진기업들의 진출을 가속화함으로써 기술습득과 전파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며 중국의 WTO 가입에 따라 이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업의 발전과 한국산업의 위기
반면 중국산업의 급팽창적 발전에 따라 한국 산업의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산업이 저렴한 노동력, 많은 엔지니어, 거대한 내수시장 등으로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제조업은 경쟁력 약화와 함께 일부에서는 산업공동화 우려도 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산업은 선진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 중인데 미국시장에서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추월당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제조비용 우위와 외자계 기업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주력 수출분야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데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연간 수출이 1천만 달러 이상인 9백4개 수출상품에서 4백84개(53.5%)만이 한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거의 절반에 달하는 4백20개(46.5%)는 중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한국이 유사한 산업 분야의 외부지향적 발전전략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모두 후발산업화 국가로 세계시장에서 국제분업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외부지향적 발전전략을 채택, 생산공정에서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산업화 전략을 추진해 왔기 때문. 따라서 중국 역시 한국이 사용했던 caatch-up 전략을 활용, 양국간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IT 산업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인해 섬유, 조선, 전자 업종에 이어 반도체 등 하이테크 산업에서도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더 나아가 IT 분야의 핵심부품 개발로 현재의 원부자재 공급에 의한 한국의 무역흑자 구도 변화도 예상되는데 중국의 부품산업 발전으로 중국 기업들의 원자재 조달비율이 높아지고 한국의 원자재 생산 창구가 중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현재의 무역흑자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요지는 이같은 중국산업 부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성장속도와 질이 결정되고 향후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 형태에 따라 한국경제의 고도화와 효율성 제고가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산업의 발전과 환경 변화를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중국산업의 부상은 한국경제에 중대한 위협요소로 작용하는 면도 있으나 노력 여하에 따라 발전 기회로 활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제 중국은 한국경제와 기업에 대한 핵심 환경요인이 되어 정치, 경제, 기업전략 등 모든 측면에서 중국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미래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
중국이라는 환경요인을 우리가 주동적으로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단계는 이미 훨씬 지났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중국이라는 경쟁력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상태에서 우리의 대처 여부를 결정지을 때다. 대체로 3가지의 대응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중국에 순응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다소 중국에 종속되더라도 중국경제의 발전에 편승해서 같이 이익을 누리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항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 비교해 경쟁력 우위요인이 있어야 한다.
일본이 비록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고는 하나 현재까지는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아시아에서 중국과 경제적 패권을 다투고 있다. 세번째는 중국과 대등한 동반자의 관계에서 중국경제와 상호 협력,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될 것이지만, 현명하게 균형을 잡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정확한 입장을 결정하고 있는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