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직시하고 선 자리를 넓혀가라
한국승강기보수업공업협동조합 이하영 고문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삼성 측은 ▶최고경영자의 결단력 ▶과감한 투자 ▶우수한 인재 확보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이 어우러져 오늘의 결실을 가져왔다고 답했다 한다.
우리 승강기 산업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삼성의 성공 비결에 비추어 한번 음미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첫째, 우리 승강기 산업계의 대표적 기업 여섯 중 한 곳을 제외하고 다섯은 모두 다국적 기업이다. 곧 다국적 기업의 틀 안에 있기 때문에 외국 본사 최고 경영자 결단력에서 한국 사업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다. 둘째, 다국적 기업들이 이미 투자 운영되어 온 회사들을 인수한 것이어서, ‘과감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셋째, 다국적 기업은 여러 기존 외국 사업처에 세계 최고의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다국적 틀 안에서 요구되는 약간의 인재만을 필요로 할 것이다. 넷째, 한국 내 사업처에서도 물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해나가겠지만 세계 정점의 기술개발은 모두 기존 외국 사업처의 연구소에서 해오고 있어 한국 사업처의 연구소가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지 궁금하다.
지난달 18일 산업자원부에서 주관한 승강기 관계 회의에 필자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모두 14명이 참석했는데 산업자원부를 비롯한 승강기 관련단체에서 7명이고 업계에서 7명이었다. 그런데 자리에 놓여진 명패를 보고는 이미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과연 이게 현실이구나!’ 또 한번 자탄했다.
명패의 면면은 오티스 LG, 현대, 티센크루프 동양, 쉰들러 중앙, 한국 미쓰비시, 코네엘리베이터코리아, 그리고 끝자리에 필자의 이름 석자. 세계 1위에서 5위까지의 외국계 승강기 회사 틈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외롭게 자리하고 있음이 우리 승강기 산업의 현주소란 사실에 이 업으로 평생을 살아온 끝의 허한 자괴감이 깊게 서렸다.
물론 선진 경영 기법과 기술력 등을 쉽게 들여올 수 있어 좋은 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들 다국적 기업의 목표는 세계 5위권의 한국 승강기 시장에서 영업 또 영업에 매진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현대엘리베이터와 여타 중소업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다.
바라기는 지도, 감독, 검사, 간섭, 규제 등의 멍에를 토종기업에게만은 좀 벗겨주고 완화해주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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