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찬동 부연구위원(chandong99@sdi.re.kr)

서울시 전체 3백12개의 재래시장에서 무등록 시장은 1백12개, 등록시장은 2백개이며, 등록시장은 30년 이상된 시장이 44개, 20년 이상된 시장이 1백16개, 10년 이상된 시장이 40개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형 시장이 1백77개로 가장 많고 골목형 시장이 73개, 혼합형이 62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건물 안전등급으로 분포도를 살펴보면 A등급이 14개, B등급 68개, C등급 92개, D등급 15개, E등급과 철거 대상 시장이 11개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 재래시장의 51%인 1백60개 시장이 20년 이상된 노후사장으로 주차장과 화장실 등 고객편의시설의 부족, 통행로 협소 등 쇼핑환경이 열악한 상태다. 또 상인의 고령화와 구태의연한 상관습으로 젊은층의 재래시장 이용률이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1996년 유통시장 개방정책 이후 대형할인점 증가와 전자상거래 급증 등의 유통시장 환경변화와 대형 냉장고 보급 증대 등으로 대량일괄구매와 같은 소비행태가 변화함에 따라 재래시장의 현저한 고객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대형할인점 수는 1996년 7개에서 2003년 48개로 대폭 증가하고 매출액 또한 연평균 27%씩 증가한 반면, 재래시장 매출액은 연평균 7.8% 감소했으며 등록된 재래시장 점포(4만5천7백63개)의 9.9%(4천5백19개)가 공점포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재래시장의 지역내 역할과 기능이 쇠퇴함에 따라 균형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이에 대한 정부지원이 정책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1. 서울시 재래시장 활성화 추진 현황
1.1 정책 개요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은 시설개선을 위한 환경개선사업과 경영활성화를 위한 경영현대화사업으로 구분해 추진되고 있다. 환경개선사업은 하드웨어적인 시설현대화사업과 재건축·재개발 지원사업으로 구분되며 경영현대화사업에는 소프트웨어적인 전자상거래, 신용카드 결제 등의 상거래 현대화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정책은 경쟁력 확보라는 정책목표 외에도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배분정책, 지역환경 정비를 위한 도시정비계획, 낙후된 재래시장 상인들에 대한 간접적 복지 재분배 정책과 같은 다중적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정책수단이 사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재래시장의 시설노후화가 문제라면 도시계획론적인 대응수단을 사용하고, 재래시장의 유통기능 취약점이 문제라면 유통경쟁력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 도입을 대응수단으로 적용한다.
또 재래시장을 지역경제의 주요 구성부문으로 판단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경영적 관점에서 대응정책수단을 모색한다. 현재 서울시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은 도시계획론적인 정책수단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2 추진 현황
서울시는 재래시장 활성화정책 추진을 위해 재래시장 시설현대화 및 환경개선 지원사업, 재래시장 재개발·재건축 지원사업, 재래시장 활성화 연구 및 시장 브랜드 개발사업 등 3가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설현대화 및 환경개선사업으로 2002년과 2003년에 39개 사업, 2004년에 21개 사업이 지원됐고 올해는 16개 사업이 추진중에 있다. 작년까지 시행된 지원사업은 국비가 24개, 시비가 36개이며, 이 중 등록시장은 34개, 골목형 시장은 26개이다. 주요사업으로는 아케이드 및 간판, 하수도 정비와 냉난방시설 설치 등이 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시장 재개발사업과 시장 재건축사업으로 나뉘는데 시장 재개발사업은 중기청장이 시장의 유통 현대화를 촉진하고 시장기능 회복을 위해 선정한 시장 재개발사업 시행구역 의 토지나 건축물 소유자 또는 시장 재개발조합이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에 관한 행위를 의마하고, 이는 집합건물이 아닌 건축물로 구성된 시장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사업을 말한다.
시장재건축사업은 중기청장이 시장의 유통 현대화를 촉진하고 시장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선정한 시장 재건축사업 시행구역 안의 토지나 건축물 소유자 또는 시장 재건축조합이 시행하는 재건축사업을 의미하며 집합건물인 건축물로 구성된 시장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사업을 말한다.
지원사항으로 용적률의 상향 조정(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 제55조), 도시관리계획 절차 간소화 또는 생략, 과밀부담금 감면(특별조치법 제19조), 시장 재개발, 재건축사업 자금융자지원, 양도소득세와 지방세 면제와 같은 세제 지원, 사업동의 요건 완화(80% 또는 67%에서 60%로 완화) 등이 있다.
재래시장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은 2003년까지 50개, 지난해에는 10개가 신청됐는데, 지금까지 서울시에서 재래시장 재개발 재건축 완료된 현장은 8개, 공사중인 것은 12개, 건축허가 준비중인 것은 40개에 이르고 있다.

2. 서울시 재래시장 활성화정책의 문제점
2.1 환경개선사업의 문제점
환경개선사업의 문제는 건물형 시장에 특히 집중되고 있는데, 주로 리모델링이나 건물 부설주차장 및 엘리베이터 설치 등으로 개인이나 법인의 재산가치 증대수단으로 이용돼, 정책 혜택이 재래시장 영세상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환경개선사업 완료 후 과대한 임대보증금 요구나 임대료 인상으로 인해 임차상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입점상인의 입장을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하지 않고 주로 관료적으로 정책을 집행했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환경개선사업의 예산투자 효과에 대한 비용 편익 분석이 부족해 합리적인 우선순위에 따른 사업 선택을 못하고 있으며, 시공업체가 공사비를 절감해 상인부담을 줄여 준다든지, 상인부담을 시공업체가 부담할 것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불법적인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또 시공업체가 대부분의 공사를 하청하는 경우에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삭감하면 사업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공사 중 설계변경을 시공업체가 임의로 하는 경우에도 원래 사업의 품질을 달성하기 어렵다. 시공업체의 선정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하고 공개경쟁을 하지 않는 수의계약을 함으로써 사업의 품질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자치구에서 상인측과 사전협의 없이 환경개선사업을 신청하거나 상인측이 원하지 않는 사업을 자치구가 강요하는 경우도 있고 교부금을 받은 후 시장상인들이 사업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2.2 재개발·재건축의 문제점
재개발 및 재건축은 도시계획의 특례로 주변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이 세워져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교통혼잡으로 생활환경이 악화되거나 사업완료 후 임대료 인상, 상관변화로 기존 상인의 재입점이 저조한 문제점이 있다.
분양과 관리가 편리한 대형점포 위주로 설계함으로써 재래상인의 점포수가 대폭 감소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또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시행구역으로 선정된 사업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시 규모가 수정돼 재래시장 활성화 협의회의 심의와 상충하는 경우도 있다.
도시계획조례로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2배 이상(150~300%를 400~700%로)으로 용적률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준주거지역 용적률의 상향조정(350%~600%를 450~700%로)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서 일반주거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 시행으로 인한 특혜 시비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결정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협의회에 대한 정치적 로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서울시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 평가
3.1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의 추진체제
정책평가는 추진체제의 과정평가와 정책결과로서의 총괄평가로 구성된다. 재래시장 정책추진체제는 [그림 2]와 같으며, 단 선정위원회는 올해 3월 이후 중기청에서 광역시로 소관이 이관된다.
자치구의 재래시장 담당자는 3년마다 교체되므로 재래시장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전문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치구는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 시행을 위한 가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임에도 사업선정 결정권이 중앙정부 내지는 광역정부에 있기 때문에 역할과 책임에 대한 자부심이 낮아서, 서울시와 상인조합을 연결시켜주는 통로 정도로 역할인식을 하는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추진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협의회는 시의원, 공무원, 전문가, 시장 관계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전문가의 구성은 해당관청에 맡겨져 있다. 평가구조 및 평가지표는 정책평가를 위해 정책(Policy)과 사업(Project) 단위로 구분하고 각 단위의 목표간 차이를 정리하면 [그림 3]과 같다.
정책문제구조에서 총괄 평가지표를 유도하고 정책추진체제에서 과정 평가지표를 유도한다.
총괄 평가지표는 시설현대화 사업 시행의 효과성과 효율성, 만족도를 측정하고, 과정 평가지표는 시설현대화 사업 시행의 정책추진체제를 진단하기 위한 것으로 참여평가(민주성), 네트워크의 리더십 평가(실현의지), 공무원과 시장대표 간 파트너십(협치성), 지역공동체의 종합적인 지역경영적 관점 반영 여부를 보는 경영종합성(종합성), 정책집행의 타이밍과 우선순위 반영의 합리성(적시성)을 들 수 있다.

3.2 정책사례 평가 결과
이 지표들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서울시가 활성화 사업을 추진했던 시장 중 11개 시장에 대한 예비조사를 실시해 활성화된 시장과 비활성화된 시장을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가장 활성화된 시장과 비활성화된 시장을 각각 2개(총 4개)씩 선정해 지표의 차이분석을 실시한 결과, 효율성은 활성화와 비활성화에 대한 명확한 변별력을 가지고 구분되며 과정평가에서는 실현의지와 협치성, 직시성 지표가 명확히 변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활성화 시장에는 총괄평가의 효율성 지표, 과정평가의 실현의지, 협치성, 적시성 지표가 높게 나타나고 비활성화 시장에는 이들 지표가 낮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사업결과의 효율성이 유의확률 0.001 이하에서 유의성이 있다고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활성화든 비활성화 시장이든 환경개선사업 자체의 효과성과 만족도에서는 별 차이없이 양호하게 나타났으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즉, 예비조사에서 활성화 시장으로 추정했던 시장들은 효율성에서 비활성화 시장보다 탁월하게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과정평가에서 활성화 시장은 비활성화 시장에 비해 실현의지와 협치성, 적시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을 볼 때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환경개선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상인조합의 실현의지가 확고해야 하고 자치구 및 서울시와의 협치성과 사업의 적시성도 높아야 함을 알 수 있다.

4. 서울시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 개선안
4.1 사업성과를 높이기 위해 ‘선분권-후정책성과 평가’ 필요
재래시장 활성화 협의회가 가진 개별시장 심의권을 자치구에 이관하고, 자치구는 자치구 재래시장 활성화 협의회를 만들어 확보한 예산의 배분을 심의·결정해야 한다.
이 협의회는 자치구 의원과 담당 공무원, 재래시장 대표, 전문가로 투명하게 구성하며 서울시는 광역정부로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 예산을 총액으로 자치구에 배분하는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자치구에 대한 예산 배분은 재래시장 활성화에 대한 서비스 수요와 자치구 재정상황, 지역경제의 비전, 정책추진능력 등을 평가해 결정한다.

4.2 자치구 특성에 맞는 재래시장 활성화 추진 가버넌스 확립
선분권이 이루어지면 수권기반능력을 자치구에서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재래시장 활성화정책 담당자가 정책추진에 대한 자율적인 책임능력을 지녀야 한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재래시장 담당자의 주기적인 순환인사를 제한하고 사업선정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불신의 여지를 제거한다.
자치구 재래시장 담당자는 재래시장 현황, 문제점, 조직화 정도를 파악하고 대표자들과의 대화와 활성화를 위한 비전 공유를 통해 재래시장을 부흥시킬 파트너 역할을 수행한다. 재래시장 담당자는 실무 역할을 담당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업체에게 외주를 주게 되므로 계약 관련 전문지식, 법적인 계약조건 설정 및 확보방안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다.
또 이들은 행정관이므로 정책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인 조정을 담당할 재래시장 담당과장과의 2인1조 내부팀웍이 필요하다. 정치적 조정과 행정적 관리기능의 역할분담은 수평적인 본인-대리인 관계가 주축이 되지만 행정관료제의 업무추진 효율성을 위해 수직적인 명령-복종관계도 필요하므로 양자의 균형과 조화가 된다.

4.3 개별 재래시장의 환경과 조건에 부합한 활성화 정책 추진
개별 재래시장은 상인들의 상업지역 문제인 동시에 지역공동체 관점에서는 지역주민의 생활권 문제고 소비자 관점에서는 유통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 자치위원회의 재래시장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공동체의 의견반영은 필수적이다. 대형할인마트 입점보다 재래시장의 입지와 활성화, 지역주민들의 생활의 편의성을 향상시킨다는 의견이 모아지면 이 정책에 대한 정당성이 높아진다.
지역공동체의 특정문제에 대한 각종 주민자치위원회의 의견도 반영해 재래시장의 장기적인 비전과 발전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교육운영위원회 및 지역복지협의회 의견 등을 통해 재래시장 정책에 대한 종합성과 참여성을 확보해야 한다. 골목형 시장 환경개선사업 성과는 건물형 시장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므로 골목형 시장 경영현대화 사업의 지속적인 실시는 타당하나, 건물형 시장 경영현대화 사업 실시는 유보할 필요가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1재래시장 1촌’ 자매결연에 의해 농촌 특산물을 도시지역에서 판매·유통할 수 있도록 농촌지원사업을 실시하는 보완적인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다.

4.4 도시계획 관리적 측면에서의 가버넌스 확립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대상 지역의 주민자치센터 위원 1명이 당연직으로 참여해 그 지역의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중기청이 가지고 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 선정권이 올 3월부터 광역자치단체로 위양됐으나 분권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경영현대화 사업 관련 선정권도 총액 베이스로 광역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
중기청은 광역자치단체의 선정권 행사에 대한 정책성과를 평가하는 감사를 규정에 따라 엄밀하게 수행해 부정부패나 정치적 간섭을 막아줄 필요성이 있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대해 ‘재래시장 활성화 특별법’을 적용해 특혜를 주는 것은 수혜자가 재래시장 상인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정책목적에 부합되지 않아 특별법 이외 일반법으로 재건축·재개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4.5 재래시장을 타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
재래시장의 존립이 불가능할 경우 재래시장의 입지예정공간에 어린이집, 놀이방, 방과후 놀이방과 같은 복지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함. 단 이 경우 운영의 책임성과 경영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입찰로 책임운영기관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재래시장이 더 이상 존립이 어렵다면 재활용센터나 지역 도서관, 전자 도서관 설치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애용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재래시장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경우 기존 재래시장 상인들의 전업이나 전직에 대한 일정한 보상과 소득재분배적인 복지적 고려가 전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