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한국소비자보호원, 전국 휠체어리프트 안전관리 실태조사보고
게재월 : 2001년 6월호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지하철역에 설치된 장애인용 휠체어리프트 3개 중 2개꼴로 관련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고 절반 정도는 안전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이 지난달 15일 전국 39개 지하철 역에 설치된 장애인(노약자)용 휠체어리프트의 안전관리 실태조사에 의 드러났다.
지난 1997년 4월 장애인·노인 등의 안전하고 편리한 시설이용을 위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노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전국에 걸쳐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 도로, 교통수단 등에 장애인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용 승강기, 휠체어리프트, 에스컬레이터 등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이들 시설에 대한 특별한 안전검사기준도 없었고 관리도 소홀해 매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999년 6월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과 작년 10월 종로3가역 추락사고에 이어 올해초 오이도역 사망사고 등 장애인 리프트 관련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안전사고 예방차원에서 철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3년간(1998 ∼ 2001) 지하철(전철)역에서 발생한 관련 안전사고는 총 4건. 연도별로는 1999년과 2000년에 각 1건씩, 올해 2건이 발생했다. 기관별로는 서울시지하철공사,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철도청, 부산교통공단에서 각각 1건씩이다. 이에 소보원은 서울시를 비롯한 해당 자치단체들과 철도청에 대해 기준 준수 및 문제점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건설교통부에는 관리 실태에 대한 지도 및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휠체어리프트, 총 1,107대 설치
2001년 2월 말 현재 전국의 지하철 및 전철역에 설치되어 있는 휠체어리프트 설치물량은 전체 3백4개역 , 총 1천1백7대로 이 가운데 고정형이 1천93대로 대다수이고,나머지 14대만이 수직형 리프트다. 88 서울올림픽 때 처음으로 을지로입구역과 종합운동장역에 각각 4대씩 설치했지만 전체의 90.7%인 1천5대는 장노법이 제정된 1997년 이후에 설치됐다. 가장 많이 설치된 기관은 서울시도시철도공사로 83개역에 걸쳐 2백93대, 다음으로 철도청 75개역 2백85대, 부산교통공단 52개역 2백10대, 서울시지하철공사 43개역 1백37대, 대구시지하철공사 29개역 1백12대, 인천시지하철공사 22개역 70대 순이다.
지난 2월 26일부터 4월 20일까지 소보원이 조사한 대상은 서울, 인천, 대구 지역의 40개 지하철 및 전철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로 오이도역 추락사고로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대부분의 수직형 휠체어리프트가 폐쇄되었기 때문에 주로 고정형 휠체어리프트를 중심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40개역에 설치돼 있는 휠체어리프트 수는 총 1백98대였으며, 1개역별로는 4∼5대를 설치한 역이 21개 역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휠체어리프트가 가장 많이 설치된 역은 서울 남구로역(11대)이며, 가장 적게 설치된 역은 안산의 정왕역(2대)으로 조사됐다. 설치연도는 1997년 이후가 전체의 85.9%(1백70대)로 가장 많고, 대부분 설치한 지 3년 이내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조사대상역 중 고정형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한 역이 39개로 절대 다수, 수직형 리프트를 설치한 역은 4개역에 불과했다. 이 중 3개역(서울 노량진역, 부산 동대신동역과 부전동역)은 2종류 모두 설치되어 있다.
휠체어리프트를 점검하는 방법이나 횟수, 점검내용 등은 기관별로 달랐으나크게 ▲간단한 일상(수시) 점검은 개별 역이나 자체 기술인력으로 실시하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정기(정밀) 점검은 외부 용역업체에 의뢰해 실시하는 방식(서울시지하철공사, 서울시도치설도공사, 부산교통공단, 대구시지하철공사가 여기에 해당) ▲간단한 일상(수시) 점검에서부터 전문성을 요구하는 정기(정밀) 점검까지 모든 사항을 개별 역이나 자체 기술인력으로 모두 처리하는 방식(철도청, 인천시지하철공사)으로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관리기준 무시, 안전관리 소홀 다반사
◇관련기준 준수실태 = 장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휠체어리프트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39개역 중 64.1%인 25개 역이 관련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휠체어리프트 설치대상시설, 설치기준, 시설주의 의무 등을 명시해 놓은 장노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르면 크게 계단 상부 및 하부 각 1개소에 1.4ｍ×1.4ｍ 이상의 승강장을 갖추도록 돼 있고, 승강장에는 시설관리자를 호출할 수 있는 벨을 설치하고 작동설명서를 부착토록 했다. 운행중 돌발사태 발생시에는 비상정지시킬 수 있고, 과속을 제한하는 장치를 설치하게끔 되어 있다.
유형별로는 정리해보면 ▲휠체어리프트를 접어서 보관시 벽면으로부터 0.4m이상 돌출(21개) ▲사용자가 시설관리자를 호출할 수 있는 벨이 승강장 위 또는 아래 1곳에만 설치(9개) ▲탑승 승강장 규격이 기준 미달(4개) ▲휠체어 받침판의 유효면적이 기준에 미달(3개)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별로는 철도청이 관리하는 역이 9개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서울시지하철공사(5개), 부산교통공단. 대구시지하철공사(각4개), 서울시도시철도공사(2개), 인천시지하철공사(1개)순으로 집계됐다.
◇휠체어리프트 관리실태 = 휠체어리프트 작동상태, 지상에 설치된 보호시설 관리상태 등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에서도 조사대상의 51.3%인 20개 역이 안전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운행 중 휠체어리프트가 장애물과 접촉할 때 자동 정지되지 않는 경우(13개) ▲고장으로 휠체어리프트가 미작동(4개) ▲보행인 경보 장치는 설치돼 있으나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 경우(4개) 등이 비교적 많았다 이외에 ▲이동 계단통로가 좁아 일반인과 충돌 우려(2개) ▲운행 중 급정지(2개)▲안전판이 열린 상태에서 작동(1개) ▲가이드 레일이 돌출돼 보행에 지장(1개) ▲작동설명서를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1개) ▲비상정지 버튼의 뚜껑이 없는 경우(1개)도 있었다. 기관별로는 서울시도시철도공사가 7개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서울시지하철공사(4개), 철도청. 부산교통공단(각 3개), 대구시지하철공사(2개), 인천시지하철공사(1개)로 나타났다.

문제점 및 개선방안
소보원은 이번 휠체어리프트 안전관리 실태조사 보고를 통해 휠체어리프트 관리 및 지도·감독 강화, 소비자 홍보 등를 비롯한 문제점을 지적, 관련부처인 보건복지부나 지하철공사 등에 제도개선과 자율적인 개선을 건의했다.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관리 및 지도·감독 강화 =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이 이용하는 편의시설로 철저한 기준준수와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소보원의 조사대상 역의 64.1%인 25개 역이 ‘휠체어리프트 승강장 규격 미달’ 등 관련 기준을 준수하고 있지 않았으며, 조사대상의 51.3%인 20개 역에서 안전센서가 작동되지 않는 등 휠체어리프트 관리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보원측은 조사결과 관련기준 미준수, 관리소홀 등 문제점으로 인해 매년 장애인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지하철공사에서는 휠체어리프트 관련 기준 준수 및 자체 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관할 행정기관에서는 이에 대한 관리 및 지도·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은 물론 문제점에 대한 조속한 시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휠체어리프트 승강장 구역 표시 필요 = 휠체어리프트 승강장은 장애인의 휠체어리프트 탑승을 위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승강장의 경우는 탑승구역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오토바이, 차량, 짐 등이 놓여 있고 노점상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장애인들이 휠체어리프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소보원은 일반인들이 휠체어리프트 승강장에 오토바이, 짐 등을 놓지 못하도록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표시와 같이 휠체어리프트 승강장 구역 표시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휠체어리프트 보호시설 설치 필요 = 고정형 휠체어리프트는 중요 부품들이 내장돼 있어 구동박스가 지상에 설치된 경우 눈, 비, 혹한으로부터 이를 보호해줄 수 있는 보호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동박스와 휠체어리프트 본체가 아무런 보호시설이 없이 지상에 그대로 방치돼 있어 눈, 비, 혹한에 의한 기계고장의 우려가 있다. 소보원의 조사결과 일부 역은 휠체어리프트가 눈, 비 등으로 녹슨 사례도 있었다.
이에 소보원은 구동박스가 지상에 설치된 경우 캐노피(Canopy)와 같은 보호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관련 기준을 추가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있다.
◇전동 스쿠터(휠체어) 이용 장애인에 대한 안전대책 강구 = 현재 각 지하철역에 설치돼 있는 고정형 휠체어리프트는 수동식 휠체어를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다. 따라서 최근 사용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전동 스쿠터(휠체어)의 경우는 중량이나 길이가 매우 다양해 탑승하기가 부적합하다. 고정형 휠체어리프트의 휠체어 받침판 길이가 1,050 ∼ 1,100㎜인 반면, 전동 스쿠터의 길이는 1,200 ∼ 1,250㎜이며, 고정형 휠체어리프트의 적재중량도 이용자 1인이 탑승한 상태에서 205 ∼ 225㎏인 반면 전동 휠체어는 자체 중량만 220㎏이 넘는 제품도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전동 스쿠터(휠체어)를 사용, 고정형 휠체어리프트를 탑승한 장애인이 안전판을 넘어 추락하는 등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적재중량을 초과하는 전동 스쿠터(휠체어)를 사용하지 말도록 유도할 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와 같이 이를 대체할 편의시설 설치에는 소극적인 현실이다. 이와 관련 소보원은 장애인 복지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기관에서는 장애인단체, 지하철공사, 학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동 스쿠터 이용자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하철공사에서는 역사 특성상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는 역을 제외하고 향후 신설되는 역사에 대해서는 휠체어리프트 대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비상 경보장치 설치 필요 = 휠체어리프트 작동중 갑자기 멈추었을 때 역무원에게 재빠릴 정보를 올리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비상 경보장치(Emergency Alarm Device)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사용중인 고정형 휠체어리프트에는 이런 장치가 전혀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을 경우 장애인은 꼼짝없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처지. 소보원은 이에 국제표준기구의 기준(ISO 9386-2)에서 공공건물에 설치되는 계단형 휠체어리프트에 ‘비상경보장치’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도 이상 발생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이 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휠체어리프트 사용시 주의사항 홍보 및 교육 필요 = 소보원의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휠체어리프트 사고가 기계적 결함이나 안전관리 소홀 외에도 이용자의 부주의나 기계조작의 미숙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행정기관 및 지하청공사(공단) 등에서 휠체어리프트 사용시 주의사항을 책자나 팸플릿으로 제작해 장애인 등에게 배포, 이들을 대상으로 홍보 내지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문의. 소비자보호원 / 전화. 02-3460-3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