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5월호
부제목 : “中企 생존전략은 표준화·분업화·전문화다!”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을 비롯해 아파트, 오피스텔 등 건설 물량이 예년을 웃도는 가운데 엘리베이터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를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중소기업은 가격경쟁력과 공기 면에서 수세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조달청이나 지자체 등 관급 공사나 단체수의 물량을 주로 수주하는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신종만, www.k-elevators.or.kr, 이하 승강기 조합)의 입장은 어렵기만 하다. 조달청 등에서 “중소기업의 엘리베이터 설치 단가가 대기업보다 높다”며, “가격에 거품이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
신종만 이사장은 “유독 승강기 산업에서 만큼은 이 현상이 더 심각한 편”이라면서, 앞으로 기술력과 품질 개발 등 중소기업의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승강기 조합은 기존의 공동구매사업 등을 활발히 진행하는 가운데 품질향상반 운영 등 자생력을 키우면서 현 시점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업계 전문인력 수급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올해 초 산학협동 협정을 체결해 구체적인 교육 훈련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또한 1조5천억원의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단체수의계약 물량을 1천억 시장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발판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강기 조합은 지난해 4백75억원의 매출을 올린 단체수의계약 물량을 기술영업부 신설 등을 통해 신규물량을 창출할 방침이다. 다음은 승강기 조합 신종만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내용(문의 :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 전화. 02-3211-4831~3 / 웹. www.k-elevators.or.kr).■

업계 전문인력 수급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동서울대학교 승강기학과(가칭) 신설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구체적 향방은?
엘리베이터 업계의 전문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3D로 전락해 버린 업계의 인식 제고와 발전을 위해서라도 인력수급 해결에 발벗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저희 승강기 조합은 지난해 12월 동서울대학교(학장 유광섭, www.dsc.ac.kr) 기계공학부 이국웅 학부장과 ‘승강기학과(가칭) 신설’에 대한 협정을 맷고, 승강기 조합과 동서울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산학협동위원회를 현재 가동 중에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재차 구체적 사항을 의논하는 자리에서는 오는 여름방학 기간부터 산업체 주문식 특수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승강기 조합 측은 내달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강연회를 계획 중이며 동서울대학 측 또한 특수교육에 대한 예산을 문교부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계 관련학과 60명을 모집해 방학기간에는 승강기 특수교육 기초이론을 이수한 후 2학기부터는 현장학습과 취직을 지원하는 연계성 교육입니다. 기초이론 수업은 외국강사 초빙을 비롯해 한국승강기안전센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등의 협조로 진행됩니다.

관련학과 신설에 의한 파장 효과와 의의가 있다면?
이번 협정은 “기술인력 배출”이라는 의미에 큰 비중을 두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 엘리베이터 업계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간에 채용 후 선배를 따라다니면서 보고 듣는 것이 배움의 전부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문식 교육 및 관련학과 신설로 엘리베이터 및 기계·전기 시스템의 기본 원리와 구조 등을 어느 정도 배운 후 현장에 투입된다면 업체와 업계 발전에 직접적인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같은 전대미문의 일을 승강기 조합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각오하고서라도 무조건적으로 추진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 학과의 진행방향과 목표를 단독으로 이야기할 순 없지만 일단 승강기학과(가칭)를 통해 기초 훈련이 잘 된 인력 양성이 1차 목표이며, 그에 나아가 엘리베이터 기술이 당 학과에서 심도있게 연구되는 것이 2차 목표라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신입 인력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개발에 따른 리스크와 비용을 감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아이디어와 정열이 넘치는 젊은이들이 목표의식을 가진다면 타 분야 기술이 접목된 연구가 이루어져 장기적으로 엘리베이터 기술의 바탕이 되리라 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본 훈련을 마친 인력을 바로 생산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잇점으로 작용할 것이며, 여기에 약간의 현장 경험이 더해진다면 타 기술과의 응용력이 커지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올 한해 MRL 지하철 물량만도 약 4백여 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수주 물량의 무조건 설치보다는 신기술 개발 및 품질 향상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요.
맞습니다. 현재 MRL의 제작 및 설치 자체에 대한 기술 개발은 정착 단계를 벗어나 응용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치에 필요한 핵심 부품은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몇몇 부품업체가 동기모터 개발 등의 부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화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현 엘리베이터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현 MRL 타입의 품질 향상, 상부 기계실 동기모터 타입 개발, 제작 및 설치 비용 절감 등 입니다.
이에 승강기 조합에서는 부품 공용화로 품질·가격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단체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산업자원부 산하 표준협회에 자금 지원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부품 표준화는 부품 제작사의 대량 생산으로 제작사가 부품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수급할 수 있으며, 엘리베이터 표준화는 체계적 생산이 더딘 중소업체에 일정 기준을 제시하고 자본과 기술을 가진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등의 기대 효과가 있습니다.
이와함께 정보화 기반 구축 사업, 공동상표 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조합원사 네트워크망, 전자상거래, 전자문서 등이 가능한 정보화 사업은 약 6억 원의 정부 예산 지원으로 조합과 조합원사 간 네트워크와 DB가 구축될 예정이며, 공동상표 안은 뜻있는 9개 조합원사 대표가 현 중소기업의 열악성을 극복하는 취지에서 의기투합해 현재 90% 진행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 개발 이전에 중소기업 자체의 인식 제고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 부분이 선행되면 자연히 부품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 참가한 중국 엘리베이터 전시회에서 느낀 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중국은 뒤늦게 엘리베이터 산업이 성장한 국가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상해에서 열린 이번 중국 전시회는 승강기 조합에서 90석을 예약했는데 늦게 오는 사람들은 참석을 못 시킬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출품한 제품 수준의 질과 서비스 그리고 몇몇 관련 업체를 방문하면서 ‘저런 수준까지 향상되려면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앞섰고, 중국의 향상된 기술 개발력, 체계화된 양산 체제, 높은 가격경쟁력 등을 보고 참관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자극 효과’는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중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일하는 자세입니다. 소극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열심히 자신들의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높은 생산성과 발전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위기의식을 느꼈던 또다른 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모두 진행되다 보니 부품이나 공장 자동화 등의 장비가 고속화·첨단화를 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업의 영세성으로 장비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중국이 향후 고급설비의 양산화로 세계시장을 장악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확인해 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부품의 자체 생산이 거의 없는 국내와는 달리 중국은 전시회에서 몇몇 업체가 일반모터 감속기 가격으로 동기모터를 출품할 만큼 개발속도 면에서 우리를 능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한국을 배우자!’였는데 지금은 우리가 중국을 배워야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이번에 산자부가 도출한 제도개선안에 대한 조합의 입장은?
이번 산자부가 내놓은 제도개선안은 운행 자체의 안전뿐만 아니라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외부 요인에 대한 안전을 가장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전은 아무리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더라도 따르고 지켜져야 하지만, 품질인증센터 설립과 인증제 도입 부분에서는 현실보다 너무 앞서나가지 않나라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는 전세계적 추세이지만 현재 국내 업체 수준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중소업체들을 파악한 상태에서 인증센터보다는 기술지원센터 방식으로 체계를 재정비해야 하며 이후 인증제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제도를 만들어놓고 무조건 끌어들이는 ‘규제성’으로 간다면 승강기 조합의 경우에는 회원사의 80% 정도가 과다출혈로 망가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 간 중소기업의 준비성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기술지원센터 적용 이후 인증제로 가는 방향이 수순을 밟아가는 정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제 가격경쟁력에서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밀리고 있습니다. 향후 중소기업의 생존전략이 있다면?
극심한 원자재 난으로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00% 가깝게 올랐지만 시중 엘리베이터 가격은 1988년보다도 더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공장을 중국에 두고 ‘메이커’로 무장한 다국적 기업이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치닫다 보니 중소기업은 점점 더 살 길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건물 5층에 설치된 6~8인승 일반 승객용 엘리베이터가 1987, 1988년에는 2천8백~3천3백만원에서, 현재는 약 2천5백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인건비 및 원자재 값 상승까지 고려한다면, ‘제조업을 안하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또한 대기업이 전에는 단납기나 설치가 까다로운 장소 등은 손도 안댔는데 지금은 무차별적으로 수주물량을 공격하고 있어 갈수록 중소기업은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나 하나씩 다져나가 궁극에는 공동브랜드화, 분업화로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조립하는 사람들은 조립만 하고 문짝 만드는 사람들은 문짝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누가 조립해도 딱 맞아떨어지는 표준화를 거쳐 분업화, 전문화 단계를 밝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검사기관 및 대기업, 조합원사 등에 덧붙일 말이 있다면?
국내 대기업은 엘리베이터의 한정된 시장 속에서 중소기업이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함께 협조해주고 정부기관은 중소기업이 단체 표준화나 신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풍부한 자금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중소기업 또한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으로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며 검사기관은 ‘군립’보다는 ‘협조’를 우선시해 상호 공존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다함께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모든 생산공장 라인이 외국으로 이전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현재와 같이 저가공략이 지속된다면 결국에는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
■대담·글 : 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