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의 窓 -­開城 - <歸去來辭 前 넋두리>

친구여!
‘임진강역’을 지나 ‘도라산역’에 내려 조금 걸으면 바깥개자니가 나오고 곧 안개자니溪谷으로 들어서는데.... 안개자니溪谷의 그 안은한 골짜기를 지나면 석포천으로, 더 가면 사천강이고 다음이 세상의 耳目을 끄는 널문리(板門店)일세. 여기서부터는 친구가 잘 알테지. 널문리 지나 우리 모래찜질하던 ‘삼댐’은 지척이고 거기서 조금 가서 ‘바주네’가 나오지. 그 다음은 生藥硏究所로 쓰던 ‘이성계의 집, 穆淸殿’이고, 이어서 개성중학교를 거치면 아라비아 장사꾼들이 高麗나라에 낙타를 끌고 와서 묶어 놓았다가 추워서 얼어 죽었다는 ‘야다리’가 아닌가? 여기서 곧바로 가면 우리나라 3大鐘의 하나인 인경이 매달린 ‘남대문’이 있고, ‘야다리’에서 북쪽으로 가면 ‘선죽교’, 우리 어깨동무하고 다니던 동대문 다리를 지나 ‘高麗小學校’와 그 옆 높다란 곳 송악산 자락에 우리 세상을 꿈꾸던 ‘松都中學校’가 우뚝 서있지. 그 밖에 ‘만월궁터’에 ‘나까줄’, ‘호수돈’에 ‘개성여고’ 각시들이 그네 타다 떨어지기도 했다던 ‘경덕궁’ 터, 지금은 개성박물관이 됐다는 옛 ‘성균관’하며 ‘안화사’, ‘쌍폭동’, ‘자하동’, ‘부산동’, ‘채화동’, ‘백운동’, ‘청운동’, ‘서사정’, ‘화장사’, ‘원통사’를 지나 우리나라 3대 名瀑의 하나인 ‘朴淵瀑布’ 등 옛 고려의 수백 고적들을... 더 뇌까린들 무엇하겠나?
친구여! 北에서 지금 살아 있는가?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에 이미 開城시내를 侵入 占領한 北쪽 共産軍들을 보고 중학교 4학년(당시는 중학교 6년제)이던 떠거머리 총각 자네와 나는 앞날을 걱정하다 헤어진지 벌써 56년이 흘러 어느새 일흔을 훌쩍 넘겼으니... 쓸개 빠진 어떤 것들이 南에서 北侵했다고 골빠진 소리를 하는 전쟁 모르는 골빈 녀석들이 여기 꽤나 많이 있으니 친구 자네라도 3.8선 바로 밑에 살았으니 그때 일을 참되게 알리도록 꼭 살아 있게나... 난 開城에서 서울을 거쳐 - 경상도 김천 - 대구 - 부산 - 서울 - 부천 - 서울 - 일산 그리고 이 6월에 開城문턱인 문산(汶山)으로 이사왔다네. 참으로 56년을 헤매다가 이제 겨우 開城 바로 앞 턱으로 回歸한 셈인데 이제 언제쯤 정말 開城에서 歸去來辭를 읊을 수 있을런지...
친구야! 옛날엔 開城서 봉동, 장단, 다음이 바로 문산이었는데 철길이 끊어진지 56년만에 이제 겨우 기차가 임진강을 건너기는 하네만 장단역에도 못가고 임진강역과 도라산역이라고 새로 생긴 역까지 겨우 가네. 이보게 친구! 옛 그 조그만 문산역이 이젠 제법 신식역이 됐다네. 승강기가 3대, 에스컬레이터가 4대나 있지. 얼어죽을... 내가 그 승강기로 먹고 살았다네. 내 참... 그때 자네는 문학이 꿈이고 나는 역사가 꿈이었는데.
친구야! 문산 내 집 뒷窓에서 보면 임진강 넘어 저게 아마 장단 중면이나 진동면의 야산인가 싶은 산이 보이는데 아마도 뒷산에 오르면 자네와 헤어진 송악산 자락의 松都동산이 보일거라고 뻥 좀 치겠네. 부디 살아있어라. 다른 친구들에게도 안부 전하고... 이곳에 사는 한 30명이 일년에 한번쯤 만나서 너희들 몰골들을 점쳐 보기는 하는데 정말 개성사람들을 북쪽 각 지방으로 분산 시켰다는데 어디 있든지 歸去來辭 자네의 名文으로 함께 읊을 수 있도록 꼭 살아나 있어라.
친구야!. 여기서도 가지말란 깃발이 날려 회한만 쌓이고, 거기서도 가지말란 깃발이 날려 회한만 쌓일텐데 이러다가 우리 만날 옛 高麗 松都가 더 몰라보게 되지나 않을는지... 친구야! 창 넘어 그 山野가 바로 6.25전 자네 얼굴이라네. 이 넋두리를 자네도 푸념 같이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눈, 코도 시큰거리고 목 메여 가슴 답답하니. 친구여! 내 귀에 들리도록 소리 좀 질러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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