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유대운 원장

지난 6월말부터 전국이 장마 영향권에 들었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한철에 내리는 장마는 자연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업에서 농작물에 풍부한 물을 공급해 주기도 하지만 태풍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 요지가 커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듯 매년 찾아오는 장마는 실상 도움보다는 과수원에서 이리 저리 나뒹구는 사과와 배, 수몰된 마을, 집 잃은 수재민들의 모습, 비바람에 찢겨버린 비닐하우스 등 심각한 인명피해 및 재산 피해 등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컸다.
불현듯 몇 년 전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태풍 ‘매미’가 생각난다. 당시 강원도 강릉지역과 속초, 경남 마산과 창원, 부산 등 많은 곳이 매미로 인해 심각한 재난을 입었다. 특히 이들 지역은 바다와 인접해 있어 가옥이나 아파트 침수피해가 컸다.
바닷물에 잠긴 대다수의 아파트나 빌딩에서는 특히 승강기 고장으로 인해 많은 주민들이 이동권에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피해 아파트 모두가 10~18층으로 고층인데다 수도와 전기는 물론, 승강기 운행도 중단되어 주민들은 계단을 이용해 물과 생활용품들을 구입해 사용해야만 했다.
실제로 피해가 컸던 경상남도와 강원도 영동지역에선 8백여 대에 가까운 승강기가 각종부품의 손상으로 작동을 멈췄고, 이로 인해 한동안 아파트 주민들은 이동에 제약을 받아야만 했다. 심지어 침수된 승강기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한 이용자도 있었다. 이는 장마철에 특히 승강기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사전관리 및 사후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침수피해 대책  및 사후관리 철저해야
장마철에서는 많은 양의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아파트나 건물관리자는 기계실 창문과 시건장치의 관리를 철저히 해 빗물의 유입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만일 관리소홀로 인해 빗물이 기계실 권상기나 제어반으로 스며들면 누전이나 단락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갇힘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국지성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지역의 승강기 관리주체는 주민들에게  ‘이용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사전에 알리고, 카(몸체)나 균형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중간 층으로 이동시킨 후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불가항력(不可抗力)적으로 아파트나 건물이 침수되면, 비가 그친 뒤 보수업체를 통해 승강로 바닥에 고인 물(또는 바닷물)을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카(몸체)를 건조시킨 뒤 전문 검사기관의 안전검사를 받고 나서 승강기를 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인류의 과학으로는 장마철에 쏟아지는 비를 제어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찾아오는 태풍의 상륙을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예상되는 호우와 태풍으로부터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일 것이다.
특히 아파트나 건물 관리주체는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부터 승강기나 전기 등 시설물을 안전하게 지켜 내기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는지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때다. 장마철에 예상되는 자연 재해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 이야말로 안전을 예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