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이성렬 차장 /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주)
게재월 : 2003년 8월호

2002년 말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의 승강기 운행대수는 약 23만대 정도에 이르고 있고 매년 1만5천 ~2만 대 정도의 새로운 승강기가 설치되고 있다. 이는 인구 2백 명 당 약 1대 정도의 승강기를 이용한다고 할 수 있으나 이러한 승강기의 유지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의 경우 이제는 1가구 1대 이상의 자동차가 정착된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자동차의 유지관리에는 많은 시간적·경제적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승강기에 대해서는 인색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자동차는 개인적인 소유의 측면이 강하고 승강기는 공동의 사용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동으로 사용되는 승강기의 안전을 위해서 유지보수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승강기의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제품을 제작 공급하는 제작사의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다. 두 번째는 그러한 제품을 얼마나 잘 유지관리하여 그 제품의 특성을 잘 유지하느냐 하는 점이 승강기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내 승강기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주로 초기 제품을 구입할 때에만 집중되고 유지관리의 측면에서는 매우 소홀히 다루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굳이 이렇게 되는 이유는 대다수의 건물(특히 아파트나, 공공 임대빌딩)들이 초기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과 제품을 사용 또는 관리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업무용 오피스의 경우 약 70~80% 정도가 제조사가 유지보수를 하는 반면 아파트의 경우 약 20~30% 만이 제조사와 유지보수 계약을 맺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유지보수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국내 승강기 유지보수형태 및 실정
국내의 승강기 유지보수의 형태는 다양하다. 승강기의 보수 제공 측면에서 볼 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첫째 승강기 제작사가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이고, 둘째 보수 전문회사가 수행하는 경우, 셋째 건물주가 직접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보수 계약 중 가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제작사가 유지보수를 하는 경우이고 다음이 유지보수 업체가 보수를 담당하는 것이다.
보수 전문업체는 주 보수 계약업체로서 승강기의 유지관리, 부품의 교체점검 및 보수행위의 일체를 시행해야 하나 국내 대부분의 전문 보수회사는 10~1백 명 정도의 소규모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큰 문제는 보수부품 및 교체부품을 조달하는 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 제작사마다 가지고 있는 제품의 특성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국내의 승강기 유지보수는 이러한 문제보다는 보수업계간의 과다경쟁으로 인한 턱없이 낮은 보수료가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대다수 아파트의 경우는 제작사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직접적인 보수보다는 이러한 전문 보수회사에 의한 보수가 훨씬 용이할 뿐만 아니라 이들 회사의 인건비와 운영경비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점 때문에 전문 보수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 보수회사간의 보수료 인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고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국내 승강기 이용자의 안전확보와 보수업계의 육성발전을 위한 ‘승강기 보수업 발전방안 토론회’까지 열렸다(▶관련기사 : 본지 2002년 10월호 40~43페이지 참조).
이 자리에는 정부, 검사기관, 보수 업계간의 의견이 수렴되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논의하는 기회로만 그치고 만 아쉬움을 남긴 채 끝나고 말았다.
승강기는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와 달리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시설물로서 항시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승강기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2만 여 개 이상의 부픔으로 제작되어 있으며 이를 유지관리한다는 것도 처음 제작할 때보다 더 중요한 과제이다.
자동차의 경우, 정기적으로 오일을 교환하는 것도 1회당 최소 2만 원 정도(고급차의 경우는 10만이 넘는 경우도 있지만)의 비용이 지출된다. 그런데 승강기의 경우 법정 승강기 안전검사 중 월 1회 실시하는 자체검사의 경우 그 중요성에 비추어 수수료가 최저 3만원, 이러한 턱 없는 금액으로 보수가 행해진다는 것은 질이 낮은 보수로 인하여 결국에는 사용자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결과를 초래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보수문제의 해결방안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오피스 빌딩의 경우는 초기에 승강기 제작사와 유지보수 계약을 맺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오피스의 경우 제작사와 유지보수 계약을 맺는 경우는 70~80% 정도이며 이 외 자체 기술자에 의한 유지보수도 2% 정도에 이른다.
바꿔 말하자면 오피스의 경우는 약 70~80% 정도가 그나마 안정된 유지보수 계약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중에서도 거의가 계약기간 1년의 P.O.G(Part Oil Grease ; 단순보수계약)형태의 계약을 선호하고 있고, 승강기 선진국에서 취하고 있는 제품의 수명연장이 가능하고 이용자의 안전이 확보되는 안정적인 유지보수 방법인 FM(Full Maintenance ; 전정비계약) 계약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는 70~80% 이상이 제조사가 아닌 전문 보수회사가 저가경쟁에 의한 유지보수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안전사고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승강기의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어 현재의 우리나라 유지보수 형태를 조속히 제작사의 FM유지보수 형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즉, 공동 사용물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승강기는 나의 안전과 직결되는 나의 수직 교통수단이라는 것을 생각하여 승강기의 제작·설치뿐만이 아니고 유지보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승강기 보수업체는 우수한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이 실질적인 유지보수업무를 수행토록 하여 사용자가 안심하고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는 관리를 잘 해줄 경우 10년 정도의 제품수명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승강기의 경우 정품의 보수부품 사용과 정확한 기술적 데이터를 근거로 유지보수를 시행한다면 20년, 25년 이상의 제품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한 상태에서의 오랜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장기적으로 사용자에게는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는 70% 이상이 FM 계약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월 1회 점검도 원격점검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경우 이 원격점검으로 대체가 가능하여 3개월에 1회만 직접점검을 실시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도화되어 있다고 한다.
원격점검 시스템이란 승강기의 제어반과 원격 통신에 의하여 승강기 고장에 대응하여 기술자의 조속한 출동뿐만 아니라, 상황 관리 및 고장 콜 내용 통계 분석기능을 갖고, 24시간 365일 연속적으로 원격점검이 가능하여 승강기가 고장이 나기 전에 부품의 고장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고장발생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이러한 원격점검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형적으로는 세계 9위의 설치 대수를 자랑하고, 세계 5위의 신규 설치시장, 아시아 3위의 신규 설치 시장을 자랑하는 국내의 유지보수의 현실은 “차라리 동남아시아나 개발 후진국보다도 못하다”고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승강기 안전관리 체계는 1991년 12월 31일 제정된 승관법(법률 4482호)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은 승강기의 제조·설치 및 보수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승강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승강기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승강기 이용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이 법에는 승강기의 안전을 위해 제조·설치·검사(완성검사, 정기검사, 수시검사 등)·유지보수, 그리고 이용자의 안전수칙 등이 법령에 의한 안전관리체계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령만이 승강기의 안전 보수를 책임질 수 있는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업계의 자발적인 개선책 수립과 사용자의 입장에서 냉철한 판단이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 선정의 객관적인 기준으로 정립되는 것이 시급히 요구된다(▶다음호에는 ‘미래의 엘리베이터’ 편이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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