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존중·배려의 문화, 여유 배울 수 있어
글 : 금상수 위너기술(주) 기술영업과장 / keumss@unitel.co.kr
게재월 : 2003년 8월호

독일행 기내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은 쾌청하게 맑은 날씨여서 그런지 사막과 민둥산, 토양형태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었고 하늘에서 바라본 구름 배열은 정렬이 된 듯한 인상을 받아, 장신(張身)으로 비행이 고행이 된 필자는 잠시 조물주의 광대한 기후관리 능력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도착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첫 느낌은 정돈된 교통질서와 웅대한 건물외관 그리고 독일인들의 여유로움, 한국과는 달리 상대방을 먼저 배려해주는 자세였다. 이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이번 전시회 개최지, 비스바덴(Wisbaden)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리에는 교통경찰관이나 차량 지체, 차량 소음 등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오래된 건물로 웅장한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필자가 가장 놀라웠던 것은 노상의 대부분에 유럽형 파킹 미터기(혹은 Pay & Display)가 설치돼 있어, 이용자는 단속요원이 없어도 스스로 요금을 선불 지급하고 주차 영수증을 차량 내에 부착하는 등 여유롭고 질서정연한 자세로 주차장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거리 블록마다 근처 공영 주차장의 잔여 주차공간을 나타내주는 전자표지판(?)이 있어 이용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주차정보를 알려주고 있었는데, 이는 이용자의 배려와 함께 독일의 광역화된 네트워크 기술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독일에 머무는 동안 가장 고생스러웠던 것은 전시회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야 하는 부담감은 물론이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비교적 짠 음식들과 매번 사먹어야 하는 생수였다. 음식이야 그렇다 쳐도 생수는 거리나 공용건물 등 그 어디에도 비치돼 있지 않아 한국보다 2배 가량 비싼 물가지만 다들 눈물을 머금고 1.5유로짜리(당시 1유로는 1400원) 물을 매번 사먹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래도 참가단 실무자 중 독일에서 10여 년 생활했던 분이 있어 우리 일행은 누구나 겪는 현지적응 문제를 그나마 큰 무리없이 잘 풀어나간 것 같다.

전시 준비와 짠 음식 부담, 물값은 ‘금값!’
이번 전시회 한국 대표단 중 참가업체 실무자들로 구성된 15여 명의 참가단은 20, 30대가 주를 이뤄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상호 유대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밤 10시가 넘어서야 지는 여름 해를 기다리지 않고 일정이 끝나면 매일 밤 호프집을 찾아 서로의 준비사항, 진행 결과, 추후 소감 등을 독일의 정통맥주를 음미하면서 교환했고, 이것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공식적인(?) 모임이 된 듯하다. 또 여기서 상호간 많은 배움과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위로가 됐고 친밀감을 극도로 높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전시회 전날 각 업체마다 기기세팅, 시운전 등 부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고 일손을 도와주는 등 일체화된 상호 존중과 배려의 정신을 교환할 수 있었고, 필자와 함께 간 최양호·진종현 대리와도 회사 내부의 진정한 동료애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충분한 시험대가 됐다.
일정 둘째날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공영 주차장 운영회사 ‘Parkhaus Betriebs GmbH’를 견학하면서 필자가 느낀 독일의 노외주차 시스템은 주차장 출입구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주차권 발행기와 차단기로 구성됐으나 출구 무인운영이 기본이었고, 유럽연합 통합으로 단일화페의 가치가 높은 ‘유로화’ 지불 시스템 수용에 대한 부분으로, 건물 내에서 주차요금 지불 시 신용카드로 계산하거나 유인요금정산 구조로 중앙집중관리 개념이 강했다는 것이다.
현재는 바코드와 마그네틱이 혼용된 주차권을 적용해가는 단계에 있으며, 특이한 것은 정기차량 출입 시 열쇠(Key) 모양의 마그네틱 카드를 선불 요금충전식으로 사용하고 있어(사진 ② 참조), 차량 열쇠와 함께 휴대할 수 있는 배려를 느낌과 동시에 ‘기계 선진국’ 독일에서 주차장 분야까지 이런 기술 요소가 반영돼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다른 하나는 운영 면에서 공영 주차장을 한 운영회사가 공동운영하고 시청 등의 관공서에서 이를 후원하고 있어, 상호 유대관계가 잘 형성된 주차정책이 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사전탐방·자료 부족, 방문객 응대 어려워
이러한 놀라움을 간직한 채 드디어 25일 ‘PARKEN 2003’이 개최됐다. 필자를 포함한 위너기술 실무자 세 명은 전날 예상 질문을 생각해서 의제를 만들어보고 답변을 문구로 정리, 영어로 대응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구성해 봤으나, 막상 전시회가 개최되고 보니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얗게 비어감을 느꼈다. 그러나 조합 반원익 이사장님의 정성어린 격려에 힘을 내 소속사 상호 간에도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면서 자신있게 전시회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독일 참가업체들로는 Scheidt & Bachmann, Schlumberger, Designa, Asytec, Skidata, Siemens 등 한국에도 에이전시를 가진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으며, 파킹 미터기(Pay & Display), 무인 요금 계산기, 주차권 발행기, 자동 차단기, 번호 인식, 주차권 매체, 차량검출 센서, 교통 정보 및 신호기기 등이 주요 품목 내지는 공통적인 기기로 출품됐다.
전시회 기간 중 최대 피크 시간대는 첫날 오전과 오후 2시까지였지만, 유럽 전시회는 처음인 위너로서는 어느 일자, 어느 시간대에 맞춰 중점적으로 응대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경험이 없어 다가오는 방문객의 발길에 대한 안내가 유일한 대응책이었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한국관을 구성한 나머지 업체들도 사전 탐방이나 기준이 될만한 자료가 없어 비슷한 처지였으리라 짐작된다.
단순한 호기심에 질문하는 방문객이나 타 전시회 참가를 권유하는 방문객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호감을 표시하는 몇몇 제품이 있어 이에 대한 준비를 강화하면서 방문객 응대에 나섰다. 특히 유럽 주차권 매체는 재활용 개념이 없고 응용 솔루션에 대한 이해도가 원천적인 사회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지향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견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면서 대응방법을 나름대로 생각해냈다.
독일업체뿐만 아니라 스위스, 영국, 벨기에,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방문객이 찾아왔으며, 동일 제품을 가지고 있는 타 참가업체가 다섯 번이나 직원을 번갈아가며 관심을 표명하면서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반가운 사실은 사전에 초청메일을 발송한 업체 직원이 방문, 자세한 의견을 교환했는데 향후 이에 대한 기대를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
전시회 기간 중 느낀 점은 독일 기계 기초분야의 우월성이다. 필자 역시 공대 기계공학을 졸업한 공학도로서 한국 과학기술분야 기계분과 위원으로 재직하신 대학 때 지도교수님의 외국 출장 등을 자주 지켜봐 온 관계로, 주차분야의 정밀하고 견고한 기계제작에 있어 일본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선두권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
반면, 우리 토종업체들이 국내의 주차환경에 적합한 기초 분야에서는 다소 밀릴지 몰라도, 아파트나 주상복합·IBS 빌딩, 공항, 컨벤션, 문화센터 등의 건물에 홈-네트워크, 시스템통합(SI), Acess Control, 기계식 주차설비, CCTV 시스템 등을 다양하게 응용하고 연관성을 생성하는 분야에서는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글픈 사실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지역은 국토가 좁아 이런 시설이 많지 않고 차량유입이 지역별, 도시별로 분산돼 있어 우리 업체가 항상 고려하는 차량정체 해소, 주차관련 부가 서비스, 방범 등의 필요성이 사회문화적인 차이, 대중교통의 발달 등으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니어 모임’ 결성, 지속적인 업계발전 기원
한국과 다른 전시회 풍토 중 하나는 참가업체들을 대상으로 상호간 친목 도모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경직된 긴장감을 다같이 풀고 전시회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즐기려는 독일인의 자세다. 필자는 프랑크푸르트 인근 호흐하임(Hochheim)시 포도원에서 열린 만찬에서 코 끝을 자극하는 적백색의 와인맛을 잊을 수 없으며, 쿠어하우스(Kurhous)에서 음악과 함께 즐긴 성찬에서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틀 간의 전시회 일정을 마친 우리 참가단은 참관단과 합류, 자유로움이 불어닥친 주말로 가는 길목에서, 칸트 등의 대철학자가 걸으면서 철학에 심취했다던 옛 고성의 도시 하이델베르그에서 밀린 피로를 해소했고 온천을 즐기면서 여유로운 오후를 보냈으며, 일정 마지막 날엔 라인강가를 따라 로렐라이 언덕에 올라 산 위에 평야 지대와 농경 주거구역을 개척한 독일인의 기지를 느꼈다.
모든 일정을 끝마쳤다는 아쉬움의 끝자락에 선 마지막 밤에는 조합 반원익 이사장님의 주최로 조촐한 파티를 가졌다. 여기서 나온 요제는 귀국 후 독일 전시회 참가자들을 초창기 멤버로 한 ‘주니어(Junior) 모임’을 결성하자는 것. 참가단은 향후 공동 기술개발과 발전을 위해 이 모임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하고 한마음의 축배를 들었다.
필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임직원, 한국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임직원, 조합 소속 각 사 임직원분, 주독 대사관 임직원, 월간 엘리베이터.주차설비 담당기자, 기타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과 특히, PARKEN 2003 전시회 참가 실무자 임직원분들과 함께 6박 8일 간의 짧고도 긴 여정을 참가한 기행기로 이 고마움을 대신하고자 한다.
향후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더욱더 분발하고, 호기를 사업과 연관시켜 동아시아를 비롯, 중동, 남미 등지에 현재 각 소속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실력있고 젊은 임직원분들이 조합에서 새로 추진 중인 주니어 세대 모임과 함께 여러분과 소속사들의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