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3년 9월호
기고 ;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의 모임 오 선 실장
부제목 ; 안전한 보행공간 확보 등 친환경적인 주차정책 펼쳐야

내 손을 잡고 등교를 하던 초등학교 1학년 7살 짜리 딸 아이가 “아빠. 천국에는 자동차가 없겠죠? ”하고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이유를 물었더니 학교를 오가고 골목길을 오갈 때 마다 자동차가 무섭단다. 자기 학교에 다니는 4학년 오빠가 골목길에서 놀다가 차에 치여 병원에 입원했단다.
주택가 이면 도로를 100m 걸어가려면 통행 차량으로 인해 5번 이상 멈춰서고 주차된 차량들 틈새로 몸을 피해야 한다. 많게는 20번 이상을 이 짓을 반복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뛴다거나 하늘이 파랗다고 넋놓고 보면서 걷는 행동은 자살행위와 같다.
심지어 시민들의 통행로인 보도 위에 상품이나 입간판, 간이 구조물 등이 잠식한 상태이고, 전국 도심지 대다수의 보도는 교통사고의 위협 속에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며 걸어야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뛰지 마라. 비켜서라. 멈춰라. 조심해! 라는 등의 잔소리만 하는 자신을 보면서 “요즘 재미있게 읽은 책이 뭔지, 친구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빠랑 제일 하고 싶은 게 뭔지...”
내 아이와 이런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는 숨막힌 도로를 걸으면서,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가 2001년에 2만7천2백14명(사망 4백39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5.5명 꼴이며, 이는 일본의 1.5명, 스웨덴 1.8명, 영국 1.9명보다 3-4배나 높다는 사실에, 또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에, 사회를 변화시키겠다고 시민운동을 나선 아빠로서의 내 자신에 부끄럽고 화가 났다.
국가는 우선적으로 보행자를 위한 도로 정비와 거주자 우선 주차면의 재정비 통해 보행자의 안전한 보행 공간 확보와 생활 공간을 찾아 주기 위한 생활환경 용량에 맞는 대민정책을 펼쳐야 한다.
보·차 분리를 통해 시민보행 안전 확보를 위한 친인간, 친환경 중심의 정책을 기반으로 주거지 내에 불필요한 차량 통행을 억제하고, 인간의 기본 권리인 생활 공간 회복을 위해 박차를 가하며, 인간 중심적인 도로의 순기능 역할을 위한 장치와 속도의 제한 장치를 통한 저속 운행을 할 수 있는 시설물들을 설치하여 보행자의 안전성 확보에 노력하여야 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차량 대비 주차장 확보율이 감소되더라도 시민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 필요한 곳은 거주자 우선 주차면을 지우고 보도를 확보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쾌적한 주거환경의 마련은 주차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주차문제는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수치적인 차원에서가 아닌 시민의 안전을 위한 제도로서 정비되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시민의식의 변화를 통한 차고지 의무 확보제로 가는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주차를 시키는데 있어서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단순하고 무식한 사람이고 두 번째는 복잡하고 유식한 사람이다.
단순하고 무식한 사람은 공간만 보이면 무조건 주차를 시키고 단속이나 견인을 당하면 싸움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더럽고 치사하다고 욕을 한다. 복잡하고 유식한 사람은 주차 단속이 미치지 않는 외진 곳을 찾아 주차시킨다. 그리고, 행여라도 단속이나 견인을 당하면 일단 민원을 제기하고 돌아서서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한다.

주차문제 해결, ‘마라톤의 출발점처럼!’
2003년 6월 한달 간 서울 시내 차량 10대 중 1대 꼴로 주·정차를 위반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서울시내 등록차량 2백74만8천8백46대 중 약 10%에 해당하는 26만9천1백54건(과태료 부과 건수 기준)이 적발된 것이며, 공휴일을 제외하면 매일 1만1천2백15건이 단속된 것이다. 주·정차 위반시 부과한 과태료 4만원을 다 합하면 약 1백8억 원이라는 거액이다.
한달에 도시 전체 차량의 10%가 단속되는 나라. 1일 평균 불법주차 차량이 80-100만대(서울의 경우)가 등록대수의 반이 넘는 나라. 단속을 당한 시민이나 단속을 한 공무원이나 도시환경, 교통환경을 탓하는 나라. 주차단속으로 욕설, 폭행, 살인이 일어나는 나라. 잘못은 있어도 책임이 없는 나라.
성경에 보면 인생을 안개, 빠르게 달리는 사람, 한번 내쉬는 숨, 그리고 한 줄기 연기, 어제 태어난 것 같은 느낌 등 삶은 짧고 그림자처럼 순간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인생이 얼마나 긴건지 짧은 건지, 1백8억이라는 돈이 얼마나 큰 돈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본 단체가 숨쉬고 살아가는 한 우리는 그것이 어떤 형태나 어느 정도의 규모의 역할을 하든지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앞을 향해 나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아주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주·정차 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통해 새로운 주차문화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청 을지로 지하보도에서 벌인 주차문화 사진전(사진 위)에 뒤이어 만화가 박광수 씨의 10컷 ‘광수주차생각(사진 아래)’을 서울시 지하철·버스에 일차적으로 부착하는 것으로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다. 이것이 아주 긴 인생을 사는 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문의 ;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의 모임 / 전화. 02-562-7170). ▣

※이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