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동양중공업으로 ‘헤쳐모여’, 9월 주총 이후 완결될 듯
게재월 : 2003년 8월호

최근 항간에 회자되고 있던 동양에레베이터와 승강기 분야에서 코네와 함께 3, 4위를 다투고 있는 글로벌업체 티센크루프와의 합작 여부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7월 18일자로 동양에레베이터, 동양중공업, 원실업 대주주들의 대표자들이 ThyssenKrupp AG의 사업부문인 독일 ThyssenKrupp Elevator AG, Duesseldorf와 합작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ThyssenKrupp Elevator AG는 동양의 승강기 사업 전부에 대하여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가지게 됐다.
각 동양그룹 계열사의 이사회들은 동일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번 거래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에레베이터의 원종목 회장은 이번 합작과 관련하여 “ThyssenKrupp Elevator의 국제적인 명성과 조달능력, 높은 수준의 기술과 발전된 관리 능력이 이번 기회를 통하여 한국 시장내 동양의 지위와 브랜드 이미지, 잘 개발된 판매유지관리망, 업계 최고의 생산설비, 생산 경쟁력 등과 결합하여 고객들에게 최고 품질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및 무빙 워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동양과 티센의 합작논의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올해 초부터로 동양의 직원들도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속사정을 제대로 모를 정도로 물밑에서 진행됐다. 합작 양해각서(MOU)의 주 내용은 동양에레베이터, 동양중공업 및 원실업을 포함하며, 이번 거래에 따라 동양에레베이터의 엘리베이터 사업과 연관된 거의 모든 자산과 부채가 동양중공업에 매각된다. 원실업 역시 동양중공업의 자회사 형태로 남게 될 전망이다.
이렇듯 동양에레베이터가 사실상 엘리베이터 사업을 포기하는 형세에서 동양중공업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까닭은 애초 합작 논의과정에서 티센크루프가 주식시장에 상장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티센으로서는 초기 해외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임은 물론 합작회사가 주식회사 형태로 남을 경우 주주총회에서의 영향력과 견제에 간섭받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동양 계열사 중 연간 매출 5백억 수준의 비상장사로 남아있던 동양중공업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또한 지난달 21일 14시 30분을 기해 티센크루프와 동시에 이루어진 갑작스런 합작발표도 유한회사 등록 45일전에 공시해야 하는 쫓기는 상황에서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던 동양의 주가가 22일 하한가로 추락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작년 매출의 99%가 넘는 주력사업인 승강기 부문이 사라짐에 따라 회사가 사실상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티센크루프의 출자액 규모는 각 언론매체마다 3:7, 2:8로 점치고 있으나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며, 현재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과거 오티스·LG 수준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밖에 강성으로 평가받고 있던 노조측도 ‘전원 고용승계 보장’이라는 원칙만 티센으로부터 확답받는다면 동의절차를 거쳐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작계약 성사에 시티그룹의 기업금융 부문인 ‘Citigroup Global Markets’가 동양에레베이터의 금융자문회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양에레베이터측은 내달 초인 9월 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에 대한 승인을 얻고,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할 예정이다. 오는 9월 경 계획대로 독일 티센크루프와 동양에레베이터측의 합작법인이 정식출범하게 되면 코네를 제외하고 국내 엘리베이터 사업에 오티스와 쉰들러, 미쓰비시, 도시바 등 쟁쟁한 글로벌 업체들이 거의 다 진입함으로써 말 그대로 다국적 경쟁체계가 확고해지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티센의 이번 국내 진입이 단순한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 확보차원만은 아닌 것 같다. 동양에레베이터 관계자의 말을 빌면 전세계적으로 티센의 직원분포가 전체 2만9천 여 명 중 유럽지역만 1만4천 여 명, 미국이 1만 명에 달하지만 아시아 지역은 전체 해봤자 1천 여 명 수준이다. 기존 동양의 경우 협력사를 제외하고 정식직원만 1천 명임을 감안할 때 향후 국내 합작법인이 출범하면 전체 아시아 지역의 직원수의 절반이 한국에서 종사한다는 얘기가 된다.
더군다나 티센은 지난 4월에야 아시아 지역 본부를 중국 상하이(Merchant Tower, No. 161 Lujianzui Dong Road)에 새롭게 오픈, “상하이가 자사 사업의 핵심(business concentration)”이라고 표방하고, “상하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과 동시에 자체개발과 더 많은 품목으로 중국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티센의 국내진입과 관련해서도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의 최고경영자인 개리 엘리엇(Gary Elliott) 사장은 “이번 합작은 아시아 내 당사 사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한국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시장에서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세번째로 큰 시장인 만큼 동양이 고층빌딩, 고성능 엘리베이터 시장에 특히 강한 훌륭한 동업자임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사는 동양과 함께 시장 지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더라도 단순 교두보라기엔 규모가 너무 크고 한국시장의 성장이 중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다면 적어도 중국과 거의 같은 비중으로 접근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문의 : 동양에레베이터(주) 마케팅팀 / 전화. 02-2610-7742 / 웹. www.dongyang-elevator.com).■글 : 박대성 기자 / dspark@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