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3년 9월호
부제목 ; 과당경쟁 방지책, ‘공동분배’ 원성높아

지난 7월 29일자로 서울시(시장 이명박, www.seoul.go.kr)와 한국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반원익, www.kparking.or.kr, 이하 조합)은 ‘서울시 공동주차장 설치 협약 사업’ 제 2기에 돌입했다.
“1기 때보다 전반적으로 협약 조건이 강화됐다”는 조합원사들의 대체적인 반응에, 조합 김준배 팀장은 “기존에 협약 사업을 진행하면서 양 측이 느껴온 개선 및 보완점을 일부 충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의 ‘주택가 공동주차장 설치협약’이라는 사업 명칭에서 ‘주차장치 설치 협약’으로 변경, ‘주택가’라는 한계성에서 벗어나 공영 노외 주차장 등을 포함시켜 그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이 적용되던 기존과는 달리 2기부터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자동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규정에 따라 감정평가 가격으로 주차시설이 매입된다.
변경된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건축물과 공작물의 구분 없이 준공검사를 받았던 기존과는 달리 건축물은 준공검사를, 공작물은 공사완료 보고를 하도록 분리시켰다. 또한 토지와 건물을 일괄 평가해 토지평가의 높은 비용과 장기화되는 문제점을 보완해 이를 분리 평가키로 하고, 매매 계약의 경우 계약 체결 후 60일 이내에서 14일 이내로 기간이 단축됐다.
하자보수 기간도 자주식 2년, 기계식 3년에서 자주식과 기계식 모두 3년으로 연장된 반면, 협약 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축소됐다.
협약 기간 중에 협약의 중도해지 사유를 제출하면 약정기간이 아니여도 해지가 가능하다. 이는 “공공사업 기간이 장기화되면 단점 보완이 어렵고 정체화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협약 결과를 살펴가면서 조율하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협약 기간 2년동안 건설한 총 건설면수의 15% 이상을 조합에서 직접 부지를 매입 건설해야 하며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서울시는 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의 의견을 수렴, 조합에 요청해 신설된 조항은 주차장의 안전성과 품질향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앞으로 조합에서 물량을 배정받은 업체는 공작물도 설계를 해야 하며 건축물 및 공작물 등 해당분야 공사자격을 갖춰야만 설계 및 배정이 가능하다.

‘주택가’에서 벗어나 협약사업 영역 확대
또한 기존에는 건설요청 기간이 지나도 구두 합의로 기간을 연장해 공사를 진행하면 됐지만 이제는 이를 정확히 문서화해야 하며 납기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지체상금을 내야 한다. 이는 해당공정과 재무회계 규칙에 따라 벌금액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지체상금을 물 경우 불명예를 떠안게 될 뿐 아니라 영업 일선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 밖에도 보증보험을 증서 대신 각서로 제출, 품질관리를 위해 서울시가 공사감리 시행방안을 강구·통보할 것 등이 포함된다. 특히 종전보다 안전관리를 강화해 시공업체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관리법, 시설물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 등 안전 관계 법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주차장 보급 활성화’와 ‘주거환경 개선’을 모토로 한 서울시·조합의 공동주차장 협약 사업은 지난 2000년 7월 10일 상호 계약을 체결하면서 힘차게 출발, 지난 3년 동안 총 32건, 약 3천3백여 면의 주택가 주차공간을 마련해 주민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주차난을 해소하는데 그 일익을 담당했다.
서울시 주차계획과 이홍범 주임은 “설계비용 및 기간을 업체에서 일괄 처리하기 때문에 업무상 간편해졌고 주차장 건설 공기 단축으로 과다했던 업무량도 줄어들고 있으며 끊임없는 민원까지 조합에서 처리해준다”면서 “관공서 측에서는 환영할 만한 사업”임을 강조했다. 지난 4월에는 자주식 수주로만 일관해왔던 협약 사업에서 최초로 기계식 주차기를 수주·준공해 부지매입, 부족한 주차공간 등의 문제를 풀어줄 샘플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차장 건설부지를 매입할 경우에는 주차여건, 부지형태 등 주차장 설치의 타당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유휴공지나 노후불량 주택 등을 우선적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쾌적하고 깨끗한 주차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한 종전 주차장 건설비용의 약 1/4 가량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 입장에서는 ‘고랑치고 가재잡는’ 격이고, 조합은 입지를 굳히면서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 1기 때 나타났던 몇 가지 문제점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고 불합리한 조항이 포함돼 제 2기 계약이 체결, 조합원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제 1기 실적, 총 32건·약 3300여 면 확보
협약 사업은 자치구가 지정한 구역 및 일정한 토지에 적정 규모의 주차장 건설을 요청하면 조합에서 토지를 매입해 건설하고 자치구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자동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1기에는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규정에 따라 감정 평가 가격으로 주차시설을 매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1기와 마찬가지로 2기에서도 구청의 선급금·기성급 지원이 없어 자금 조달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민원 발생이나 설계 변경 등으로 공사가 장기화되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협약 사업만으로 운영되는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자금유통이 그나마 원활한 회사 마저도 ‘큰 덩치’의 금액을 장기간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조합은 지난해 9월부터 대한지방행정공제회에서 계약서의 70% 한도 금액까지 대출을 받게끔 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한국감정평가협회의 가격 산정도 “전문 원가 계산이 아닌 일반 감정평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적정한 평가가격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2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화두는 수주물량을 조합에서 공동으로 분배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자주식 및 기계식 업체들이 서울시를 비롯한 각 구청을 대상으로 과도한 영업 및 경쟁을 벌여온 데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조합의 자구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과도한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서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조합 차원에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시 이홍범 주임은 “구청장, 간부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과당 영업으로 경쟁입찰하는 경우도 있었고, 동종 업체끼리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행위로 구청 측은 공정한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구청을 상대로 영업을 행할 시 협약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 취지가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서는 합당한 부분이지만, “정부가 육성하고 혜택을 주는 사업이라 할 지라도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이는 수주물량을 공동으로 분배받을 경우 부지런한 업체는 손해보고 영업인원을 줄여가며 유지보수만 보는 업체는 이익을 보는 역구도로 흘러가기 때문. 규모있는 회사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부분은 아니다.

다른 수익사업 아이템 모색해야 할 때
이 문제는 주차관제 분과에도 예외사항은 아니다. 실제로 서울시 협약 사업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분과는 자주식으로, 사업 자체가 턴키 방식이기 때문에 주차관제 분과의 경우 협약 사업으로 인한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조합회원사라는 이유로 공동분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관제 업계 한 관계자는 “자주식 업체들의 분란을 빌미로 계약상 ‘덤’으로 포함된 주차관제 분야는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면서, “조합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협약사업에서는 배제되고 있기 때문에 관제만 따로 배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서울시 협약 사업이 제 2기를 맞이했다. 기존과는 달리 협약 중도해지 사유 추가, 계약 기간 축소 등 관련 내용이 강화됐고 향후에도 단체수의 계약처럼 그 요건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조합은 단체수의 계약이나 서울시 협약 사업만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회원사들의 지속적인 ‘밥줄’이 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좀 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업 아이템을 모색해야 때다(문의 / 한국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 전화. 02-2631-1881 / 웹사이트. www.kparking.or.kr). ▣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