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3년 9월호
기고 ; 이성렬 차장 /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주)

기원 전 236년경 아르키메데스가 드럼식 권상 기계를 만들어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발명한 이후 엘리베이터는 건축물의 고층화, 복합화, 현대화에 발 맞추어 빠르게 발전해 왔다.
고대 문명의 총화라 일컬어지는 로마제국에서는 로마 전역의 원형 경기장에서 검투사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경기장에 입장했으며, 그리스인들은 도르래 여러 개를 이용한 기중기를 건축에 활용했고 조선시대 수원성에도 이와 비슷한 거중기(▷참조 : 하단 좌측 사진)가 동원되었을 만큼 엘리베이터는 오랜 역사와 활용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참조 : 사진, 경기 수원 소재 수원성의 모습).

속도경쟁 그 이상 요구, ‘실용성·효용성·안전성’
현대로 접어들어 엘리베이터 메이커들은 급격한 산업사회의 발전에 따라 엘리베이터의 성능에 대해 언급할 때는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기준으로 평가 기준을 판단했다. 90년대까지도 초고속 엘리베이터 개발 실적이 곧 메이커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사실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까지도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개발 실적이 메이커의 기술능력으로 평가되는 기준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최근 메이커들은 속도 경쟁 이상의 그 무엇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는 100층 짜리 초고층 건물이라 해도 이미 개발된 승강기의 속도만으로도 1분 이내에 도달이 가능한 것이 현 상황이지만 이러한 속도를 빠르게 할 필요성 외의 것들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의 과제는 실용성, 효용성, 안전성 등에 맞추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엘리베이터 메이커들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엘리베이터를 개발하게 되었다. 즉, 산업기술의 비약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최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로 엘리베이터 메이커 코네(KONE, www.kone.com)는 지난 96년부터 영구자석 동기전동기를 이용한 콤팩트 타입의 박형 무 기어식 권상기를 이용해 모노스페이스(MonoSpace)라는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의 개발에 성공했다.
소위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MRL)는 건축물의 지붕설계에 대단히 커다란 자유를 부여했으며, 기계실이 점유했던 수직의 공간에 건물 면적만큼의 또 다른 한 층을 보너스로 활용케 하여 공간 활용 및 유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효율을 극대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코네의 선제 개발에 가장 놀란 것은 아마도 두 말할 나위 없이 오티스(OTIS, www.otis.com)였을 것이다. 세계 제일의 시장점유(Market Share)를 지닌 오티스는 긴급히 대안을 마련했고, 오티스 역시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이미 코네가 개발한 방식으로는 할 수 없는 문제였다.
결국 오티스는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 즉, 1백 여 년 이상 활용되어 온 승강기 로프의 소재를 완전히 뒤집어 플랫 벨트(Flat Belt)를 개발하고, 그 플랫 벨트를 이용해 권상기를 소형화시킨 뒤 작아진 권상기를 승강로 안으로 들여놓는 방식이었다.

정보화 사회의 엘리베이터
코네 이후 세계의 대 메이커들은 현재까지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를 개발하였거나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의 개발에 노력해 오고 있다. 그러나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는 실용화, 효율화 개발 경쟁의 1라운드에 지나지 않는다. 수직·수평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리니어 구동방식의 로프리스(Ropeless) 엘리베이터 등 엘리베이터 구동방식은 과거 논문으로만 발표됐었던 기술적 이론들이 이제는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앨빈 토플러가 1980년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이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말했던 문명사회의 제3의 물결인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게 되었다. 정보화 사회는 컴퓨터와 통신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어 사회의 각종 정보, 생산과 처리, 유통이 매우 원활하게 되고, 따라서 정보가 중요한 재화로서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보화는 제일 먼저 경제체제를 바꾸어 가고 있다.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정보가 잘 흐르지 않는 불완전경쟁시장(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경제)이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독점이나 과점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되어, 반대로 정보가 원활하게 흐름으로써 소비자와 공급자가 서로를 잘 알게 되면 완전경쟁시장이 되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로 가면 갈수록 경제는 자율화가 되고 개방화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나 특정집단의 규제가 줄어들고 시장은 무한하게 넓어지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화는 우리 사회를 빠른 속도로 바꾸어 놓고 있으며 결국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터넷 = 생활(life)’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각종 인터넷 정보를 엘리베이터에 활용한 ‘인터넷 엘리베이터’가 출시되어 이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실시간(Real Time)으로 각종 인터넷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될 정도로 인터넷은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가치관은 다시 사회성격을 바꾸어 가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있어서는 IT산업의 발달과 함께 유선통신시스템에서 무선통신시스템으로의 변환에 따른 혁신적인 엘리베이터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터넷 시대에 있어서 승강기 사업부문에 있어서도 승강기 수주에서 설치, 검사, 보수 등 전분야에 걸쳐 자유경쟁체제로 바꾸어 놓고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인터넷 정보를 엘리베이터 승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액정 TV가 설치된 엘리베이터, 전산망을 이용한 보수관리시스템 등 엘리베이터 전 분야에 있어서 인터넷 시스템은 엘리베이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관련된 조직원들도 조직의 유연성, 사업개발전략, 신기술을 응용한 제품개발, 조직적인 기술개발,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수요의 개발, 수주, 검사물량 점유율과 그 수익률의 하락 경향, 관리부문 경비 증대 등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인터넷 사고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의식개혁이 필요하게 되었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현재의 사회환경을 반영할 때 공간의 축소, 환경보호, 고 복지라고 하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것 처럼 현재와 향후의 엘리베이터는 철저한 설치공간의 축소, 에너지 절감, 자원절감 등과 같은 환경보호와 함께 모든 사람의 요구에 대응하는 진일보적인 요구에 부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각 기기의 효율향상, 대기전력 절감 등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성 에너지 엘리베이터, 신소재를 사용해서 소형화·경량화된 자원 절감형 엘리베이터, 노약자나 장애인인식 및 개인 인식 등과 연계된 승객 요구에 부응하는 엘리베이터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승강기는 빌딩 내의 이동수단뿐 아니라 도시공간의 교통시스템으로의 변형이 예상된다. 향후의 도시공간은 정보통신망의 발달과 함께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동시에 인간성의 존중, 자연환경과의 공생은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엘리베이터는 사람의 이동에 철저한 효율성과 편리성이 요구되고 있다.

성 에너지 = 과거 성 에너지화의 터닝 포인트는 1980년대의 인버터화라고 할 수 있다. 저속 엘리베이터는 약 50% 정도의 대폭적인 고 효율화를 이루었다. 현재 각 국에서는 성 에너지법의 개정에서부터 성 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실용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Mitsubishi) 엘리베이터의 경우 2000년도에 들어서는 회생전력을 축전해서 유용하게 이용하는 미쓰비시형 성 에너지형, 정전시 자동운전장치를 제품화하기도 하여 종래에 비해 20% 이상의 성 에너지를 실현하였다.
향후 성 에너지의 추진에 있어서는 기기의 경량화에 따른 구동에너지의 절감, 사용기기의 효율상승, 운전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 전력소비를 저하시키는 파워 메니지먼트 시스템 등을 확대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성 자원화 =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는 각 기기의 소형화·박형화에 따른 엘리베이터의 설치공간을 기계실이 필요했던 구 기종과 비교해서 체적대비 약 30% 정도가 축소되었다.
또한 생산활동에 있어서도 리사이클 시스템을 실시해서 폐기물 절감, 포장재료 절감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제조·설치·보수 전체적인 환원형 시스템을 적용될 것이다.
복지사회에 대응 = 향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듦에 따라 2020년에는 세계적으로 65세 이상의 인구 고령화가 약 30% 정도에 다다른 초 고령화 사회가 예상된다.
초 고령화 사회에 있어서 승강기의 형태도 효율성, 편리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예를 들면 고령자, 장애인이 적극적인 사회활동에 참가하는 경우 쉬운 조작방법에 의한 공간이동, 홈 엘리베이터(국내에서는 잠시 판매를 하다가 지금은 판매 중단한 기종)와 같은 개인의 필요에 의한 이동공간에 있어서도 개인성향에 따른 다양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맨 머신 인터페이스의 향상, 개인식별 기능 등이 검토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환경대응에 부합하는 엘리베이터가 출현될 것이다.
이와 같이 엘리베이터는 제1세대 로프식 엘리베이터에서 1.5세대, 혹은 2세대의 기계실 없는(MRL ; Machine Room Less) 엘리베이터로 발전해 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공상과학 또는 만화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첨단시대에 우리의 머리 속에만 잠재되어 있었거나, 꿈으로만 상상하였던 엘리베이터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다시 찾게 될 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꿈이 간절하면 꼭 실현되듯이 인간의 한없는 꿈의 높이를 과연 어느 메이커가 실현시켜줄 지는 우리 모두가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사외 기고문의 논조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