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용 화물차량과 버스, 택시 등의 불법 노숙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가 차주들의 의식결여와 관련법규의 미비로 겉돌고 있다. 더욱이 화물차량에 대해서는 차고지증명제를 위반해도 처벌규정조차 없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밤 북구 우산동 우산주공아파트 뒷도로는 아예 한 개 차선을 대형 차량들이 차지해 버렸다. 이들 가운데 일부 차량은 며칠째 같은 자리에서 노숙하고 있어 이곳이 도로인지 대형차량 전용 주차장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인근 주민 이모(34)씨는 “매일 아파트 뒷도로에 10여대의 대형버스와 트럭들이 노숙(?)하고 있어 도시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 아이들 등교길이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주 상무지구 시민공원 주차장도 마찬가지. 대형버스와 화물트럭 10여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사고불안에 시달리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용봉지구 모아아파트 주변도 매일 3~4대의 대형차량들 때문에 편도3차선 도로가 편도2차선으로 줄어 들었다.
광주 서구청은 지난해 10~12월 전세, 시내버스와 택시 차고지 증명제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여 위반차량을 56건 적발했지만 불법 노숙차량들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구청 관계자는 “1997년 자동차운수법 개정으로 여객과 화물이 분리되면서 화물은 등록할때 차고지를 확보해 신고해야 하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이들 차량들의 위반을 보고도 단속할 근거가 없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고지증명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비싼 도심 주차료를 피해 도시 외곽 변두리 주차장에 차고지를 신청해놓고 실제로는 집 가까운 곳에 불법 주차를 하기 때문. 따라서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무질서하게 불법 주차하는 대형차량들에 대한 심야단속을 강화하고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고지증명제 위반차량은 전세버스의 20만원 시내버스, 택시는 1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