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성숙한 주차문화의식과 정부의 제도적 접근 절실
게재월 : 2002년 7월호

오는 8월이면 서울시 25개구 전역에서 실시되는 거주자우선주차제도가 ‘주택가 주차전쟁’과 함께 각종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어 실효성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거주자우선주차제도는 지난 1996년 3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최초로 실시한 이후 99년에는 25개구 중 일부지역(3만면 규모)만 시행되다가 2000년에는 서울시 전역사업 시행 계획으로 실태조사를 거쳐 시범지구에 실시했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현재 서울시 20개구는 시행하고 있으며 강북, 서대문, 양천, 관악, 구로 5개구는 아직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다.
주차공간의 효율성을 높히기 위해 인근주민들에게 우선주차권을 부여하는 제도인 거주자우선주차제도가 시행 중인 지금, 각 자치단체별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주차제도 시행 안내체계 미비 ▲방문자를 위한 주차공간의 부재 ▲주차공간의 특정인 점유에 따른 효율 저하 ▲주차공간 배정과 형평성 문제 ▲민원에 즉각대응할 수 있는 사전 / 사후관리 프로그램의 부재 ▲기존제도와 병행곤란 등의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 설문조사, 주차구획 부족 44.9%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주차구획의 부족이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거주자우선주차제도 시행상의 문제점에 대해 서울시가 4만5천8백86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차구획의 부족이 44.9%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이어서 불법주차 단속의 미흡(19.9%), 방문차량 주차공간 미흡(18.3%), 기타(16.9%)순으로 집계됐다.
현재 서울시 자동차등록대수는 1백78만대인 반면 지난해 말까지 확보된 주차장수는 1백23만여면에 불과하다. 결국 55만여대는 매일 불법주차를 할 수 밖에 없다.
시는 주차공간을 더욱 확충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민간위탁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1백4곳 7천5백94면에 달하는 시영 주차장을 모두 주차구획선을 그어 거주자우선주차제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고가나 다리밑 공간 29곳 1천2백1면도 유료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국주설비공업협동조합 김준배 팀장의 지적이다. ‘내집앞 땅은 내 땅이다’라는 시민들의 주차문화의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김 팀장은 “차량도 대형화되어가는 추세인데 차량수리비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정작 가장 기본비용인 주차비용은 아까워한다”고 말하면서 성숙한 주차문화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가 생각하는 주차문제의 대안은 대규모의 주차장을 세워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주택가마다 소구획으로 나눠서 주차장을 건립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

‘1가구 1주차장’ 의식이 필수조건!
서울시 교통관리실 주차계획과 거주자우선주차제 담당자인 한정훈 씨는 “불법주차 단속, 견인의 어려움, 밀려오는 민원 등 시행 초기에는 문제가 많았으나 주택가 골목길 차량방치나 주차인식 제고 등의 문제는 개선됐다”고 말한다.
그는 이 제도를 징검다리로 생각하고 차후에는 차고지증명제나 내집 주차장 갖기 운동 등 주차문제를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매년 13만대씩 차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1면당 4백만원씩 비용이 소요되는 노외주차장을 시가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1년에 8천면 정도밖에 수용을 못하기 때문이다. “시 또는 정부가 모든 주차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 스스로 주차문화에 대해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하는 요지다.
실제로 인터넷 주차쿠폰제나 인센티브제, 공영 주차장 건설, 학교 지하주차장 건설, 건축물 부설주차장 야간 개방 등 시가 내놓은 거주자우선주차제 보완책의 실효성 여부를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나 자신이 ‘1가구 1주차장’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시행 초기부터 정책의 실효성과 시기를 문제삼아 삐걱거리던 거주자우선주차제. 미온적인 서울시의 안일한 행정과 주차에만 인색한 시민들의 의식이 없어지지 않는 한 거주자우선주차제의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글·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