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7세 남자 어린이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순간 브레이크 파손으로 인해 브레이크 개방상태로 카가 상승하자 피해 어린이가 카 바닥에 몸을 걸치고 승강장으로 나오려다 카 바닥과 승강장 문틀 상부 사이에 다리가 끼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같은 상승과속 및 개문출발로 인한 사고의 대부분이 예를 든 것과 같이 사망사고 내지는 최소한 중상을 입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용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박문수, 이하 관리원)에서 지난 1993년 이후 집계한 사고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상승과속 및 개문출발로 인한 사고가 13건 정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그러나 이는 인사사고에 한한 수치이고, 119구조·구급 활동에 의해 다행히 인사사고까지 확대되지 않은 경우나 사고 현장에서 대외적 이미지 손상을 염려해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분명한 것은 동일한 원인에 의한 사고가 계속적으로 반복 발생하고 있으며, 증가추세라는 것이다. 이는 승강기 기술의 발달에 따라 안전장치가 병행·발전하지 못하고 있음과 품질관리 및 유지보수시스템의 전근대성을 면치 못하는 것과 관련있다. 이에 기술표준원(이하 기표원)은 지난 2000년 7월 25일부로 승강기 이용자의 ‘안전확보’ 라는 큰 취지에서 승강기의 상승과속방지장치(Overspeed Protective Means) 및 개문출발방지장치(Uncontrolled Law Speed Protective Means)와 관련한 검사기준 조항(3.1.6)을 마련해 개정·고시한 바 있다. 이에 관한 기준은 이미 십수년전부터 캐나다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고, 또 실제 CSA-B44-64의 3.16.3.2와 3.16.4.2, EN 81-1:1998 9.10, ASME A 1 7.1-2000 2.19 등이 채택돼 시행되고 있어 전세계 코드의 통합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추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관련한 기준에 대한 필요성은 국제화 추세에 맞춰 “같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또한 문제발생의 심각성을 인지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IMF 시점과 맞물려 ‘원가부담’이라는 현실인식에 ‘안전’이 2차적 필수조건으로 치부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기준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데 있어 제기되는 적용시기 및 적용대상 건축물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그리고 기준항목별 기술적 접근과 해석이 업체와 소비자의 입장에 따라 시각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혹자는 “국내 승강기 업체들의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관리원, 지난해 10월 관련회의 개최 상승방향과속방지장치 및 개문출발방지장치의 검사 적용시기에 있어 지난 2000년 7월 25일 기표원이 개정·고시한 검사기준(제2000-177호) 3.1.6(16)⑧항과 3.1.6(17)에 따르면 2000년 10월 1일 이후 건축허가분부터 적용됨에 따라 적용대상 건축물에 대한 검사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쯤 대거 준공시기가 도래해 관련 장치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혼선을 빚을 수 있는 항목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절실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해 10월 관리원에서는 1차적으로 검사기관과 몇몇 주요업체와 업계 대표조직, 장치 업체, 등 관련 인사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상승과속방지장치 및 개문출발방지장치 관련 회의’가 개최돼 검사시행상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적용가능장치를 검사기준 3.1.6(16)의 ① ~ ⑧에 모두 만족하면 로프그리핑 장치를 적용하든 이중브레이크를 적용하든 상관없음을 전제로 하고 기준항목 상의 3.1.6(16)① 정지거리, 3.1.6(16)③ 평균감속도, 이중브레이크 장치의 정의, 장치의 작동범위, 기존 엘리베이터에 대한 적용, 다중이용건축물의 정의 등과 관련한 세부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기준항목별 상세한 논의내용은 [표 4]를 참고하면 된다. 그 외 중점적으로 논의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다중이용건축물에 대한 정의 : 우선 검사기준 3.1.6(16)⑧항에 따른 적용대상인 ‘다중이용건축물’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렸다. 건축법시행령 제5조제4항제8호에 규정된 ‘다중이용건축물’은 “가. 문화 및 집회시설(전시장 및 동, 식물원을 제외한다), 판매 및 영업시설, 의료시설 중 종합병원 또는 숙박시설 중 관광숙박시설의 용도에 쓰이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5천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과 “나. 16층 이상인 건축물”로 명기돼 있다. 그러나 건축물의 경우 단일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보다는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건축허가서상에는 통상적으로 대표되는 용도만 기재하게 됨에 따라 단일 건축물에 포함되는 여러 시설 중 ‘가.’목에서 정하고 있는 시설에 해당되는 ‘바닥면적’에 대해서만 합산하여 그 면적이 5천제곱미터 이상인 경우에 다중이용건축물로 분류했다. 또, 건축물의 용도와는 관계없이 16층 이상이면 무조건 다중이용건축물에 해당된다. 이럴 경우 층수는 지상의 층수만을 고려하며, 지하층수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다중이용건축물로 분류될 경우에는 감리조건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중이용건축물인지 여부는 건축허가 전에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미리 결정하는 사항임에 따라 건축허가서를 보고 다중이용건축물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는 건축설계사무소에 직접 문의하도록 했다. ■기존 엘리베이터에 대한 적용 : 기존 건축물의 증·개축이 엘리베이터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증·개축 허가일을 기준으로 적용여부를 판단한다. ■이중브레이크의 정의 : 승강기 검사기준 3.1.6(16)의 ① ~ ⑧을 만족하는 이중브레이크장치의 정의와 구조 및 특성에 대해서는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조사후 추후 통보하기로 했다. ■평균감속도 : 평균감속도에 대한 서류는 승강기 제조업체의 설계서보다는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로 제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 다만 현재 승강기 제조업체 및 장치 제조업체의 준비부족을 감안해 회의일자 이후 6개월(2002년 4월 10일)까지는 설계서를 제출하는 것도 인정키로 하였으나, 그 후에는 반드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정지거리 : 정지거리는 비상정지장치의 정지거리를 기준으로 하며, 평균감속도에 대한 서류 제출조건은 동일하다. ■장치의 작동범위 : 로프슬립 현상의 경우에도 이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안전상 바람직하나, 로프슬립은 전기, 기계적인 오동작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점검부실에 의한 것이므로 장치의 작동범위에는 포함시키지 않도록 했다. 그밖에 공인기관의 범위를 KOLAS(http://kolas.ats.go.kr)에서 인정하는 기관으로 한정했는데 여기에는 국내의 한국원사직물시험연구소과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을 비롯해 총 1백37개의 국내 공인기관이 포함된다. 승강기와 관련된 기관으로는 산업기술시험원과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창원분원이 포함돼 있다.
승강기 안전기준 속의 ‘안전불감증’ 그러나 논의내용을 살펴보면 약간은 의아스럽거나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다. 승강기 안전기준이 절대적으로 최종 고객인 국민의 입장에서 우선 고려되어야 함에도 몇몇 업체의 입장이 다수 반영된 탓에 안전기준 제정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검사의 적용시기는 이미 지난 만큼 차치하더라도 적용대상이 용도와 관계없이 16층 이상의 건축물에 한정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관리원에서 집계된 13건의 개문출발사고 중 대부분이 주거시설인 아파트에서, 그외에는 대학건물이나 할인마트 같은 장소에서 발생했다. 관리주체들의 사고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신문지상이나 매체에 의해 드러난 인명사고만 관리원에 보고되는 것이 현실이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용자 안전확보가 대의(大義)였다면 누구나 “16층 이상만 과속상승이나 개문출발로 위험하고, 16층 미만은 안전한가?”라고 문제제기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업계 종사자는 “한 아파트 단지에 어느 동은 16층 이상이라 안전제동장치를 설치해주고, 어느 동은 그 미만이라 설치하지 않느냐”는 주민들의 거센 항의 때문에 “층수에 상관 없이 단지 내 모든 동에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물론 1999년 9월 첫 고시에는 16층 이상이라도 공동주택일 경우엔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러다 2000년 7월 개정·고시때에는 공동주택까지 포함시켰다. 정부가 점진적으로 관련 검사기준을 개선해나가겠지만 안전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처음부터 지나치게 업계의 입김에 휘둘리는 듯한 의심을 품게 한다. “안전기준에 ‘안전 마인드’는 간 데 없고 ‘비용부담을 줄이겠다’는 ‘상혼’만 짙다”는 의혹을 이용자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업계 일각으로부터 벗어던지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현실성 있는 기준으로 개선돼야 할 것 같다. 둘째, 검사기준 3.1.6(16)에는 “장치가 승강기 설계구조상 완성검사시 현장확인이 불가한 경우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로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어디서도 16층 이상의 건축물이나 바닥면적 5천제곱미터 이상의 다중이용건축물에서 승강기 완성검사시 카의 평균감속도나 승강기 부품의 최대강도를 측정, 현장확인을 할 수 있는 곳이 과연 몇군데나 될까? 과속상승장치 관련 검사를 위해 억지로 카의 과속을 발생시켰다가 사후 문제라도 발생하면 그 또한 누가 책임질 것이며, 그로 인해 침해받는 이용자의 안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표원 입장에서는 제3자 인증제도를 염두해두고 검사기준 하나 제정해 검사기관에 역할을 부여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판단하는 지는 몰라도, 그 검사가 현장에서 실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조차 심도깊게 검토해보지 않은 채 검사기준을 제정하면 검사의 실효성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국가비용만 낭비한 꼴이 되어버린다. 셋째, 관리원을 비롯한 책임있는 검사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승강기 검사기준 3.1.6(16)의 ① ~ ⑧을 만족하는 이중브레이크장치의 정의와 구조 및 특성에 대해서 관리원에서 조사후 업계에 추후 통보하기로 했지만 적용대상 건축물의 준공시기가 목전에 닿아가고 있고, 또 1년이 넘도록 이렇다할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단행된 관리원 인사이동에 따른 업무단절 탓인지는 몰라도 빠른 시일 내에 업계와 한 약속을 이행해야 업계에 일고 있는 이중브레이크에 대한 불신과 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장치의 작동범위에 로프슬립 현상을 제외한 것, 장치가 메인 브레이크와 동시작동할 경우 카의 평균감속도가 1G(9.81m/s2)를 초과할 수 있다는 내용에 있어서의 불명확한 범위규정 등이 이용자 안전보다 기업이익이 우선 반영된 부분으로 지적될 소지가 있다. 물론 신규 코드를 국내에 적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업계도 검사기준이 업그레이드 되면 그에 따른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국내 승강기 관련법과 검사제도가 생긴 이래 10년 기간동안 바뀐 것이 무엇인지, 또한 10년 후의 우리 산업의 모습은 어떨지 살펴야 한다. 국가표준도 도입해야 하는 마당에 신규 검사기준마다 기업의 입장과 당장의 이익에 밀려 퇴색된다면 향후 국내 승강기 산업의 비전도, 경쟁력도 없다. 장기적이고 폭넓은 안목으로 법과 제도의 변화에 기업이 오히려 적극적인 태도로 앞장서야 한다.■글·박대성 기자
Home Intro
승강기 검사기준, ‘기업이익’에 멍드는 ‘안전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