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부산 초량동 ‘168계단’ 승강기 ‘2026 엘리베이터 월드 올해의 프로젝트’ 수상 “극한의 공사 난이도 경험은 곧 기술 자산…세계시장에 한국의 기술력 알릴 것” 부산 동구 초량동, 깎아지른 듯한 ‘168계단’을 오르내리는 승강기가 세계 승강기 산업의 정점에 섰다. 세계적 권위의 승강기 전문지 ‘엘리베이터 월드(Elevator World)’가 주관하는 ‘2026 올해의 프로젝트(Project of the Year)’ 부문에서 금호엘리베이터의 경사형 승강기가 당당히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 금호엘리베이터는 앞서 2016년 12월 부산 좌천동 경사형 승강기 프로젝트로도 동일한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이 상을 두 번이나 거머쥔 셈이다. 이는 국내 기술로 완성된 경사형 승강기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경사형 승강기를 선보인 이래, 20년 넘게 이 분야를 개척해온 금호엘리베이터 이재복 대표를 만나 그간의 궤적과 경사형 승강기의 역할과 미래 가능성을 짚어봤다. 민가 밀집한 가파른 절벽 같은 계단...’악조건’ 극복한 시공력 부산 초량동 168계단 현장은 사실 승강기 업계에서 ‘최악의 조건’으로 꼽히던 곳이다. 경사가 가파르고 작업 공간의 폭이 극도로 좁아 크레인 같은 중장비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게다가 민가가 승강기 궤도와 밀착해 있어 소음이나 분진 관리는 물론, 무거운 자재를 운반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난관이었다. 금호엘리베이터는 크레인 없는 ‘창의적 시공법’으로 이 한계를 돌파했다. 계단의 상단과 하단에 직경 40mm의 와이어를 연결해 임시 레일을 구축한 뒤, 4개의 체인 블록과 2개의 윈치를 사용해 H형강 등 무거운 자재를 정밀하게 운반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계단 맨 아래쪽부터 구조물을 순차적으로 안전하게 조립해 나가는 방식으로 좁은 공간과 가파른 경사라는 제약을 완벽히 극복해 냈다. 이재복 대표는 “168계단은 단순히 기계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선 고난도 공사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정밀한 시공을 이어가는 매 순간이 도전이었지만, 이 대표는 “어려운 현장을 한 번씩 경험하고 나면 기술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된다”며 “수많은 험지에서 쌓인 이 고도의 시공 데이터가 결국 금호의 설계와 설치 노하우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꺾이는 구간도 평지처럼 부드럽게 운행 가능케 한 ‘자이로 센서’ 기술 기술적으로 볼 때 168계단 프로젝트의 백미는 ‘굴절 구간의 극복’이다. 지형의 굴곡에 따라 선로가 일직선이 아니라 각도가 변하는 구간이 존재하는데, 이때 승객이 느끼는 이질감을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금호엘리베이터는 지형에 맞춰 개발한‘자이로(Gyro) 센서’와 ‘유압식 수평 유지 장치’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 이는 지형에 따라 주행 각도가 변하는 한국 최초의 ‘각도 변환 시스템’이다. 168계단 현장의 경우 상단(32도)과 하단(40도)의 경사각이 다른데, 이 차이에 맞춰 특별히 설계된 제어 패널과 저소음 유압 시스템이 탑승 칸(캐빈)의 수평을 정밀하고 자동으로 유지한다. 전자장치가 실시간으로 중력을 감지해 데이터를 보내면, 하단의 유압 장치가 미세하게 높낮이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또한 각도가 전환되는 굴절 구간에서는 승객 안전을 위해 운행 속도를 자동으로 50%(0.5m/s) 감속하도록 설계됐다. 이 대표는 “레일이 꺾이는 구간을 지나갈 때 카 안의 승객이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주행하게 하는 것이 우리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30m 이상 구간은 경사형이 압도적 경제성...풍하중에도 강해” 이 대표는 경사형 승강기의 도입을 고민하는 설계자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가로·세로 20m 이내의 짧은 구간은 수직형 엘리베이터에 데크를 설치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이동 거리가 30m를 넘어서는 순간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경제성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수직형 엘리베이터를 높게 세우려면 지하 깊숙이 땅을 파고 거대한 타워 구조물을 세워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토목 비용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경사형은 지면의 경사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토목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기상 여건이 혹독한 해안가나 산간 지역에서도 경사형 승강기가 유리하다. 강원도 고성 거진항이나 목포 등 최근 진행된 관광 진흥 프로젝트들이 수직형 대신 경사형 승강기를 선택한 이유도 ‘풍하중’ 때문이다. 지면에서 높이 솟은 수직 타워는 강풍에 취약하지만, 지면에 밀착해 운행하는 경사형은 태풍 등 자연재해로부터 훨씬 안전하다. 점검과 점검시간은 일반 승강기의 배 이상...’갇힘 사고 제로’ 향한 집념 금호엘리베이터가 시공한 현장들은 주로 옥외형이고 깎아지른 경사면, 바닷가 등 극한의 조건에서 운행하는 만큼 이 대표는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부산 168계단처럼 이용객이 몰리는 곳은 단 한 번의 멈춤 사고도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금호엘리베이터는 주요 거점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상주 점검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엘리베이터는 설치만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현재 주요 프로젝트 현장들은 한 달에 두 번, 4시간 이상의 정밀 점검을 실시하도록 기본 매뉴얼을 정했다. 법정 점검기준보다 강화된 관리방식의 목표는 사후대응이 아닌 사전대응으로 ‘갇힘 사고 제로’ 예방 정비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비상 상황 발생 시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조치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을 배치해 지자체와 운영 주체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 ‘절대 안전’을 위한 선별적 국산화의 길 금호엘리베이터는 기술 자립을 위한 부품 국산화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내구성이나 재료의 밀도 같은 품질 이슈를 철저히 검증하며 제한적으로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산화는 속도나 경제성보다‘품질’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특수 부품 국산화의 현실적인 벽을 ‘롤러(Roller)’의 사례로 설명했다. 경사형 승강기 탑승 칸(카) 하부에서 레일과 맞닿아 돌아가는 롤러는 승차감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수 톤에 달하는 하중을 견디면서도, 주행 중 눌렸던 형태가 빠르게 복원되는 ‘회복 탄력성’이 뛰어나야만 덜커덕거림 없이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금호엘리베이터는 이 롤러 소재를 국산화하기 위해 3,000만 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입해 직접 샘플까지 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제작한 부품은 결과적으로 내구성과 재료 밀도의 미세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승강기의 두뇌 격인 제어반 같은 핵심 부품은 오히려 국산화가 순조롭다. 하지만 정작 엄청난 기계적 하중과 마찰을 견뎌야 하는 기초 소재 부품에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다”며 “이러한 품질 이슈 때문에 완전 국산화를 선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금호엘리베이터는 부품 수급 등 관리적 측면을 고려해 국산화를 향한 도전은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것은 사람을 싣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기계다. 안전에 있어서는 단 1%의 타협도 있을 수 없다”며 “부품 하나가 전체 시스템의 신뢰를 좌우하기 때문에, 국산 부품의 내구성이 완벽히 검증된 부분부터 차근차근 적용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경사형 승강기, 지자체 구릉지 사업의 핵심 대안… “보행 약자 위한 가교 될 것” 2004년 버티고개역에서 시작된 금호엘리베이터의 도전은 이제 부산의 랜드마크를 넘어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아가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구릉지 거주민을 위한 다수의 이동 편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경사형 승강기의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산동네나 고지대 이동 수단으로 자주 거론되는 모노레일의 한계를 고려하면 경사형 승강기의 장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사실 이번에 수상한 초량동 168계단 프로젝트 역시 잦은 고장으로 결국 운행을 멈춰야 했던 기존 모노레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경사형 승강기를 새롭게 설치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전환 사례다. 모노레일은 승강기법이 아닌 궤도시설로 분류되어, 관련 법규상 상주 관리 인력과 안전 요원 배치가 필수적이다. 지자체가 주민 복지를 위해 상시 무료로 운영할 경우 막대한 인건비와 유지보수 예산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비용 문제뿐만이 아니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소음을 유발하며, 구동 와이어에 지속적으로 윤활유를 발라줘야 하므로 주변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경사형 승강기는 설치가 허락되는 지형이라면 이러한 모노레일의 경제적, 환경적, 구조적 한계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다. 이재복 대표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없고에 따라 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앞으로도 지형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고, 보행 약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경사형 승강기의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월간 엘리베이터&주차설비(www.liftasi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Home Intro







